지난해 9월 독일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구입한 김모씨. 그는 자동차를 받자마자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차량 색상은 검은색인데 보닛의 일부는 짙은 회색이었다. 범퍼도 색이 변해 있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엔진룸 내부는 부식됐고 타이어 휠도 녹슬어 있었다. 김씨는 바로 자동차를 판매한 딜러에 항의했지만 돌아온 답은 “차량 운반 과정에서 발생한 결함은 책임지지 않는다”였다.

작년 말 미국산 세단을 산 박모씨는 큰 사고를 당할 뻔했다. 오르막길을 달리기 위해 가속페달을 밟았는데 말을 듣지 않아서다. 주차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간신히 사고를 면한 뒤 업체에 수리를 맡겼다. 하지만 2주일 뒤 똑같은 문제가 발생해 다시 수리를 맡겼지만 문제는 반복됐다. 이번엔 일반 도로에서도 시속 10㎞ 이상 속도가 나지 않았다. 박씨는 “이게 무슨 자동차냐”며 영업사원에게 따졌지만 “다시 한 번 수리를 맡기라”는 말만 들었다. 박씨는 “환불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해당 업체는 “약관상 환불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한국경제신문과 공동으로 ‘한경 수입차 서비스지수(KICSI)’를 개발한 한국소비자원이 접수한 수입차 민원 내용이다. 수입차 판매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민원 건수도 급증하고 있다. 한 해 평균 1000건 미만이었던 수입차 민원은 2013년부터 1500건을 넘었다.

소비자원이 피해를 보상하라고 권고한 ‘피해구제’ 건수도 200건 이상이다. 수입차가 전체 등록 자동차의 5%에 불과하지만 수입차 민원 수가 전체 자동차 민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를 초과한다.

최근 민원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엔 차량을 국내로 들여오는 도중 자동차 범퍼가 부서지거나 변색이 일어나는 정도였다면 최근엔 안전과 직결된 문제가 속출하고 있다.

시동이 꺼지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정모씨는 시속 60㎞ 이하로 운행하던 중 시동이 꺼지는 일이 발생해 수리를 받았으나 계속 같은 현상이 일어났다. 똑같은 문제로 무려 30회 이상 정비소를 찾았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공회전 시 연료 소비를 줄이기 위해 정차하면 자동으로 시동을 끄는 ‘오토 스톱’ 기능이 오작동하면서 일어나는 일도 많다.

디젤차가 많이 팔리면서 소음 문제로 소비자원에 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창문을 닫았는데도 저속 운전 시 엔진 소음이 차 안으로 들어와 음악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는 불만이 대부분이다.

정대표 소비자원장은 “수입차 소비자들의 민원이 갈수록 늘고 있는데 KICSI가 발표되면 민원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