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지 연구원
정윤지 연구원
최근 연료전지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현대자동차의 투싼iX와 도요타의 미라이가 출시됐다. 다임러, GM, 혼다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도 연료전지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연료전지차는 연료전지에 수소를 투입해 생산된 전기로 움직이는 전기차의 일종이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무공해 자동차다. 배터리 전기차에 비해 장거리 주행이 가능하고 충전시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어 각광 받고 있다. 도요타의 미라이는 3분 충전으로 650㎞ 주행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료전지차는 2015년을 기점으로 초기 보급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이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이 기대된다. 아직 수소 충전인프라 부족과 가격 문제가 연료전지자동차 보급의 제약 요인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단계적인 수소에너지 관련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일본, 미국, 유럽 일부 지역에서 보다 빠르게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연료전지차는 동력기관에 수소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수소경제를 떠올리게 한다. 수소경제는 수소를 주력 에너지로 사용하는 시대를 의미한다. 탄소 중심의 석유경제에서 환경 오염과 자원 고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수소에너지 주요 사용처 부재, 수소 공급 인프라 부족, 연료전지 기술 미흡으로 인한 경제성 부족, 그리고 수소 폭발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 등의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의 연료전지차 발전은 수소 생태계 구축을 가속화하고, 기술적 장애 요인을 해결하면서 수소경제의 서막을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먼저 연료전지차 산업의 성장과 함께 수소 생태계 구축이 본격화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과 에너지 기업들이 수소 충전인프라 건설을 주도하고 있다. 독일 가스회사 린데(Linde)는 다임러와 공동으로 독일 내 충전소를 설립할 계획이다. 또한 일본의 정유회사 JX에너지는 2018년까지 전국에 100개의 수소 충전소 설립을 추진 중이다. 뿐만 아니라 세븐일레븐이 가스 전문 기업인 이와타니산업과 협력해 수소 충전소를 포함하는 점포를 개점하기로 하는 등 타업종에서까지 수소 관련 시장에 적극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음으로 자동차 및 관련 업체의 참여 증가로 연료전지 및 수소에너지 관련 기술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 자동차 업체들의 주도적인 기술 개발로 운송용 연료전지의 소형화가 이뤄지고 있다. 내구성, 경제성 등이 높아지면서 연료전지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또한 기업, 대학, 연구소들이 수소 관련 연구에 참여하면서 수소 생산, 운송, 저장 등에 필요한 기술까지 발전을 이루고 있다.

일본은 가장 적극적으로 수소경제를 준비하고 있다. 2013년 말 에너지기본계획 개정안에서 ‘수소사회(Hydrogen Society)’를 명시했고, 2014년 ‘수소·연료전지 전략 로드맵’을 발표했다. 가정용, 발전용, 운송용 연료전지 각각에 대해 기술개발, 실증사업, 보급 등의 단계로 진행하고 있다. 일본은 산학연관이 협력해 통합적인 관점에서 점진적으로 수소사회의 모습을 갖춰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수소경제로의 전환 시도는 하나의 실험이 될 것이다. 이것의 성공 여하에 따라 수소경제의 의미와 효과가 재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수소경제는 에너지 시스템의 근본적인 재구축을 의미한다. 나아가 정치, 경제, 사회에도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수소경제로의 이행은 높은 수준의 기술력과 대규모 인프라 구축이 요구되기 때문에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밑그림을 그리고 정부, 민간, 학계의 전방위적이고 구체적인 협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을, 어떻게 준비할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