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비둘기가 동거하는 금융통화위원회…위원 7인의 성향은
“허허…. 우리가 새도 아니고.”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7인의 현자’ 금융통화위원. 이들에게 ‘매파’ ‘비둘기파’ 운운하는 질문을 던지면 대체로 이런 답변이 돌아온다. 어떤 금통위원은 “우리는 매도 비둘기도 아니며 그런 단순한 잣대는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 같은 이분법을 즐긴다. 매달 두 번째 목요일에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7인의 표가 어디로 갈지 관측하기 위해서다.

통화정책에서 매파(hawkish)는 긴축적이고 비둘기파(dovish)는 완화적이다. 매파는 물가안정을, 비둘기파는 성장률을 중시한다고도 알려져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위원들의 성향이 분명한 편이다. 이들은 행사나 언론을 통해 기준금리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다. 이것이 향후 금리를 예측할 수 있는 신호(시그널)가 된다.
매·비둘기가 동거하는 금융통화위원회…위원 7인의 성향은
이주열 총재를 제외한 한은 금통위원들은 대외적인 의견 공표를 잘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성향 분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매달 금리 결정 때 어떤 이들이 반대표(소수의견)를 던졌는지 2주 뒤 의사록에서 확인할 수 있어서다.

시장 분석에 따르면 뚜렷한 비둘기파로 하성근, 정해방 위원이 있다. 하 위원은 2013년 1~4월 내내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정해방 위원은 비둘기파로서 ‘본색’을 최근에 강화했다. 지난해 7월과 9월 금리동결 당시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금통위에서 ‘만장일치 동결’이 깨지는 것은 머지않아 금리가 움직일 수 있다는 신호가 된다. 그의 소수의견이 나온 바로 다음달(8월, 10월) 금통위는 금리를 내렸다.

매파로는 문우식 위원이 꼽힌다. 정부를 비롯해 금리인하 압박이 높았던 2013년 5월 금통위는 깜짝 인하로 대응했다. 이때 ‘동결해야 한다’며 반대표를 던진 위원이 그다. 지난해 8월, 10월 금리인하 때도 홀로 소수의견을 냈다.

지난 12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1.75%로 내릴 때는 소수의견이 두 명으로 늘었다. 문우식 위원 외에 새롭게 등장한 매파는 누구일까. 지난해 5월 전국은행연합회 추천을 통해 금통위원으로 임명된 함준호 위원이 거론된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위원은 “총재와 부총재는 보통 같은 의견을 내기 때문에 이 총재가 금리동결을 원했다면 금리가 동결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위원인 정순원 위원은 한 차례 소수의견에서 금리인하를 주장해 비둘기파로 곧잘 분류된다.

함준호 위원이 소수의견을 냈다면 작년 4월 퇴임한 임승태 위원의 매파 성향을 이어가는 셈이 된다. 비둘기파에 기울어진 것으로 평가받던 금통위가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캐스팅보트는 이주열 총재가 쥘 수도 있다. ‘정통 한은맨(한은 출신)’인 그는 작년 4월 취임 초기 매파로 분석됐다. 하지만 정부와의 정책공조 과정에서 유연하게 대응해 비둘기파 면모를 보였다는 평가도 있다.

김유미 경제부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