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파 아닌 토종 엔지니어 출신…中 최대 인터넷 보안업체 이끌어…야후·바이두에 선전포고 'IT 싸움닭'
지난달 한 뉴스가 정보기술(IT) 업계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인터넷 도메인 ‘360.com’이 1700만달러(약 188억원)에 팔려 역대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는 것이다. 기존 최고가는 2010년 1300만달러에 판매된 ‘섹스닷컴(sex.com)’. 성인영화사들이 탐냈을 만한 섹스닷컴과 달리 의미도 모호한 ‘360.com’의 주인이 되기 위해 영국 대형 통신회사 보다폰과 경합을 벌인 기업이 누군지에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주인공은 중국의 보안 소프트웨어 및 인터넷 검색회사 치후360이었다.

이 치후360을 이끌고 있는 인물은 올해 45세의 최고경영자(CEO) 저우훙이다. 그는 “이제 중국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던 도메인인 ‘360.cn’ 대신 ‘360.com’을 사용할 수 있다”며 “중국을 넘어 세계로 진출할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

2005년 문을 연 치후360은 중국 컴퓨터 및 인터넷 보안 시장의 80%, 검색 시장의 20% 이상을 장악하며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이 같은 성장 속도 때문에 특히 중국 최대 포털인 바이두의 가장 위협적인 상대로 떠오르고 있다. 그 이면에는 저우 CEO의 공격적인 경영이 있었다는 평가다.

중국 토종 IT기업의 꿈

유학파 아닌 토종 엔지니어 출신…中 최대 인터넷 보안업체 이끌어…야후·바이두에 선전포고 'IT 싸움닭'
1970년 후베이성에서 태어난 저우 CEO는 어린 시절 공부에서부터 두각을 나타내며 지역 명문인 시안자오퉁대 컴퓨터학과에 입학했다. 대학에서도 성실하게 공부해 학과장 추천으로 경영대학원 시스템공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공부는 여기까지가 끝이었다. 1995년 대학원을 졸업한 저우 CEO는 당시로서는 많지 않던 IT회사 중 하나인 정보통신 전문기업 방정그룹에 들어갔다. 베이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출신 2명이 창업한 회사였다. 그곳에서 말단 프로그래머에서 사업부 사장까지 3년 만에 고속 승진한 그는 1998년 자신의 사업을 시작했다.

이 같은 이력은 리옌훙 바이두 창업자를 비롯한 많은 중국의 IT 기업가가 해외 유학파 출신인 것과 상반된다. 창업 때까지 해외 기업 근무 경험도 없는 순수 토종 엔지니어 출신인 것이다. 저우 CEO가 자신이 세운 첫 번째 회사의 목표로 ‘중국어 기반 인터넷 사용’을 제시했던 것도 우연은 아니다.

그는 웹 검색 서비스회사인 3721닷컴을 설립하고 특색 있는 검색 서비스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주소창에 도메인이 아니라 중국어 키워드를 입력하면 바로 해당 사이트로 연결해주는 검색엔진이었다.

해당 서비스는 2000년대 초반 중국 유료 검색시장에서 40%의 점유율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후 중국에 진출한 야후가 2004년 3721닷컴을 인수했고 저우 CEO는 야후 중국 법인의 대표를 맡게 됐다. 재임 기간 대용량 이메일 제공 등을 통해 야후의 중국 시장 확대에 공헌했지만 사내 알력 등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2005년 9월 치후360을 설립하게 됐다.

보안 프로그램 틈새 시장 공략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며 저우 CEO가 주목한 것은 중국의 인터넷 보안시장이었다. 인터넷 보급의 폭발적인 확대로 악성코드와 바이러스를 차단할 보안 프로그램이 필요했지만 중국 이용자 대부분은 유료 프로그램을 쓸 형편이 안됐고, 무료 프로그램은 지나치게 질이 낮아 쓸모가 없었다.

치후360은 이 틈새를 파고 들었다. 유로 프로그램 못지않은 성능을 갖춘 보안 프로그램을 무료로 보급한 것이다. 수익은 보안 프로그램을 따라 들어가는 부가 서비스에서 찾았다. 이 같은 전략은 들어맞아 창업 1년 만에 치후360은 중국 최대 인터넷 보안업체가 됐다. 2011년에 이미 시장 점유율이 84%에 이르게 됐다.

저우 CEO는 이를 배경으로 모바일 보안프로그램 시장과 검색 시장에도 진출했다. 모바일 보안 프로그램에는 바이러스 퇴치뿐 아니라 스마트폰 교체 때 필요한 데이터 백업, 시스템 복구, 스팸 문자 및 전화 차단, 휴대폰 도난 방지 등 다양한 기능을 장착시켰다. 곧 해당 시장 점유율도 70%로 치솟았다. ‘360시큐리티(security)’라는 이름의 치후360 모바일 보안프로그램은 이달 초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 시장인 구글플레이에서 다운로드 7위를 기록하며 중국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약진하고 있다. 2012년 6월 시작한 인터넷 검색 서비스 역시 17개월 만에 시장 점유율 20%를 넘어서며 바이두를 추격하고 있다.

동종 업계와의 불화 두려워 않는 리더십

중국 IT업계에서 저우 CEO는 공격적인 경영으로 악명 높다. 치후360의 이름부터 그렇다. 중국어로 마법의 호랑이라는 뜻의 ‘치후(奇虎)’는 저우 CEO의 전 직장으로, ‘우아한 호랑이(雅虎)’라는 의미의 야후를 넘어서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평가다. 치후360의 컴퓨터 보안 프로그램은 포털 광고를 차단할 수 있는 기능까지 탑재해 다른 포털 사업자들을 곤란하게 하고 있다.

저우 CEO도 개인적으로 틈만 나면 중국 IT업계의 부조리를 고발해 고객들로부터는 환호를, 동종 업계 인사들로부터는 비판을 받고 있다. 5년간의 논쟁 끝에 지난해 2월 법정 판결로 마무리된 텐센트와의 ‘3Q대전(치후 360의 3과 텐센트의 메신저 서비스 QQ의 앞 글자를 조합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시작은 2010년 “QQ에 장착된 보안 프로그램이 컴퓨터 사용자의 인터넷 사용 내역을 수집하고 있다”는 비판을 하면서다. 여기에 즉각 반박하고 나선 텐센트와 갈등이 깊어지며 급기야 텐센트는 치후360 프로그램 이용자들의 자사 서비스 사용을 중단시키는 사태까지 이어졌다. 이 사태는 결국 치후360이 텐센트에 500만위안을 배상할 것을 중국 최고인민법원이 판결하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저우 CEO는 기죽지 않고 있다. 최근에도 “중국 검색 시장의 경쟁은 바이두와 치후360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며 바이두에 대한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저우 CEO의 영토확장이 어디까지 계속될지 중국 IT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