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왼쪽 사진)와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왼쪽 사진)와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9일 국회에서 열린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현역 의원인 두 후보자의 차기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한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두 후보자가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한다면 출마 90일 전 장관직을 사퇴해야 한다. 때문에 ‘경력 쌓기용 장관’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유일호 후보자는 즉답을 피하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20대 총선에 출마하지 말고 장관으로서 일해달라고 하면 어떻게 답하겠나’라는 질문에 “어려운 질문이지만 꼭 필요하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해 박 대통령의 요청이 있다면 불출마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 유기준 후보자는 “(장관 사퇴 여부는) 인사권자인 대통령 권한에 속하는 것이라 답변하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즉답을 피했다.

여야 할 것 없이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은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유일호 후보자는 “상하이, 베이징, 도쿄와 경쟁하는 시대에 수도권이 불합리한 규제를 받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수도권 규제는) 역차별 측면이 있다”며 “지역균형 발전은 헌법적 가치이기에 포기할 수 없지만, 그중(수도권 규제 중에서) 불합리한 것에 대해서는 과감히 고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주택 시장 기능을 정상화할 수 있도록 과도한 규제를 지속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들은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도입’과 관련한 정책 질의에 집중했다. 서민주거복지특위 위원장인 이미경 의원은 “(세입자가 임대차 계약기간 2년을 채운 뒤 연장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계약갱신청구권에 대해 국회와 정부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유일호 후보자는 “(계약갱신청구권이 시행되면 법 시행) 직전에 (집 주인이) 전월세 임대료를 대폭 올리는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해 사실상 반대의사를 드러냈다.

유일호 후보자의 지역구인 서울 송파을과 관련된 현안 질문도 나왔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주택정책인 ‘행복주택’ 시범지구 중 잠실지구와 송파지구가 유일호 후보자의 지역구에 있지만,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사업은 진척되지 않고 있다. 그가 장관에 취임하면 현 정부 핵심 사업 추진과 지역구 유권자 표심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행복주택 문제와 관련, “부지와 안전성 등에 문제가 있는 상황”이라며 “좋은 방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즉답을 피해갔다.

유기준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시절 해양수산부를 폐지하는 정부조직법에 찬성한 것이 도마에 올랐다.

경대수 새누리당 의원이 “해수부를 폐지하자고 할 때의 소신과 현재의 소신이 바뀐 것인가”라고 하자 유 후보자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여당 안에 찬성한 것이다. 해수부가 폐지돼서는 안된다는 평소 소신과 달랐다”고 해명했다. 이 때문에 “이명박 전 대통령 인수위원회 때도 폐지를 반대하는 의견서를 별도로 제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인양 여부에 대해선 후속조치를 챙겨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청문회 후 유기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유 후보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임명 절차를 거쳐 해수부 장관에 취임하게 된다.

고재연/은정진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