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서실장 이병기] "여러 번 사양, 무거운 책임감…대통령-국민 소통 가교역할 할 것"
27일 청와대 새 비서실장으로 발탁된 이병기 국정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신임해온 친박(친박근혜)계 원로 그룹 중 한 명이다. 이 신임 실장은 직업외교관 출신이지만 정치권에 오래 몸담았다. 서울 출신으로 경복고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1974년 외무고시 8회로 외교관 생활을 시작했다. 1981년 노신영 당시 외무부 장관 주선으로 노태우 정무장관 보좌역이 되면서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 재임 시절 5년 동안 청와대 의전수석비서관을 맡았고 이때부터 박 대통령과 안면을 텄다. 노 전 대통령에게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족을 돌보시라”고 조언한 것도 이 신임 실장이었다.

이후 1992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대선 준비를 도왔고 1996년 국정원의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에서 해외·북한을 담당하는 제2차장으로 기용돼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한국 망명 과정을 주관했다. 1998년 2월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공직에서 물러나 야인생활을 했다. 2002년 대선 때는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정치특보로 활동했다.

그러나 당시 자유민주연합 부총재였던 이인제 의원에게 대선정국에서 한나라당에 유리한 활동을 해달라는 취지로 5억원의 활동비를 전달했다는 스캔들에 연루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박 대통령과는 2004년 한나라당 대표 선거를 도우면서 본격적인 인연이 시작됐다. 이 실장은 박 대통령이 ‘차떼기당’이란 오명을 쓴 한나라당 대표를 맡아 17대 총선을 치를 때 ‘천막 당사’ 아이디어를 냈다. 2005년 5월 여의도연구소(현 여의도연구원) 고문으로 취임했다. 2006년 6월에는 김무성·유정복·유승민·이성헌 당시 의원과 함께 비밀리에 2007년 박 대통령의 대선 경선을 준비했던 ‘FM(Five Members)’ 일원으로 활동했다.

2007년 당내 경선 캠프에서 선거대책부위원장을 맡을 당시 박 대통령에게는 외교뿐 아니라 정치에서도 조언을 했다. 2012년 대선 때는 선진통일당과의 합당 과정에서 물밑작업을 하기도 했다. 2013년 대선 때도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서 ‘정치적 멘토’ 역할을 했다.

이 실장은 일본 게이오대에서 객원 교수와 주일 대사를 지내 일본통으로 꼽힌다.

이 실장은 “어려운 때 중책을 맡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저의 부족함 때문에 여러 번 사양했지만 깊은 고심 끝에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만큼 더욱 막중한 책임감으로 비서실장직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이 기대하는 주요 덕목이 소통”이라며 “더욱 낮은 자세로 대통령과 국민 간 소통의 가교가 되고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 및 정부와도 더 활발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