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배당 압력에 기업 반발…기금위 '파행'
배당을 적게 하는 기업 명단 공개등을 안건으로 26일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가 기업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쳐 파행으로 끝났다. 무리한 경영 간섭이라는 이유로 재계 측 위원들이 집단 퇴장, 배당 확대와 관련한 정부안 통과가 무산됐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올해 첫 기금위를 열고 ‘국내주식 배당 확대 추진 방안’ 등을 안건으로 올렸으나 의결 정족수(정원 19명 중 10명 이상)를 채우지 못해 안건 채택에 실패했다. 위원장인 문형표 복지부 장관이 불참한 데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 인사들이 격론 끝에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기 때문이다. 한 기금운용위원은 “회의가 파행으로 끝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배당에 앞서 상정된 ‘헤지펀드 투자안’ 등 다른 안건은 이견 없이 의결됐다.

복지부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마련한 안은 국민연금이 3%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에 대해 배당 적정성을 판단하는 지침을 만들고, 적은 기업은 ‘중점 관리기업’으로 지정해 배당 확대를 유도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복지부는 추후 기금위에 ‘배당 지침’을 다시 상정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연금사회주의’가 강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국민연금 평가에 주주권 행사 여부를 넣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서기열/박동휘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