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 금융감독원에 한 통의 우편물이 도착했다. 봉투 안에는 ‘상장기업 A사의 최대주주가 개인 빚을 갚기 위해 자신의 재산관리인 및 작전꾼과 공모해 회사 주가를 끌어올린 뒤 보유주식을 매각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제보자가 재산관리인의 지인이란 점에서 신뢰할 만하다고 판단한 금감원은 곧바로 조사에 착수했다. 결과는 제보 내용 그대로였다. 재산관리인과 작전꾼이 3300차례에 달하는 시세조종 주문을 내놓는 식으로 주가를 끌어올린 뒤 되팔아 39억원과 33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 A사 최대주주 역시 고가에 차명 보유주식을 매각해 40억원가량을 빼돌렸다. 금감원은 이들 3명을 검찰에 고발했고, 제보자에게는 1000만원이 넘는 포상금을 지급했다.

지난해 금감원이 주가조작 제보자에게 지급한 포상금이 2013년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4470만원(8건)에서 지난해 1억2880만원(11건)으로 확대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2013년 8월 주식 불공정거래 포상금 최고 한도를 종전 1억원에서 20억원으로 올리면서 관련 제보가 쏟아진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주식 불공정거래 제보 건수는 2012년 774건에서 2013년 1217건, 지난해 1427건으로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금감원 관계자는 “포상금 상한액이 높아지면서 과거에는 주가조작 사실을 알아도 모른 척 눈감아줬을 주가조작 세력의 지인이나 브로커 등의 신고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포상금 상한액이 높아졌지만 실제 억대 포상금을 지급한 사례는 없다. 주가조작 제보가 조사에 미친 기여도와 사건 규모 등을 감안해 포상금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20억원을 받으려면 하루 평균 거래액이 5조원이 넘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에서 벌어진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정확하게 제보해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포상금 상한액이 높아지자 아예 주가조작 신고를 직업으로 삼는 ‘주(株)파라치’까지 나올 정도”라며 “이들은 기업 공시내용과 주가흐름 등을 꼼꼼히 살펴본 뒤 수시로 신고한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