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헌법재판소의 국회의원 선거구 위헌 판결에 따라 공직선거법 개정이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4일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 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 등의 도입을 골자로 한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안했다. 이렇게 되면 승자 독식의 정치 문화와 고질적인 지역주의 폐해가 완화될 것이라고 선관위 측은 설명했지만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각각 영·호남에서 갖고 있는 기득권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정치권이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선관위가 지난 19대 총선을 바탕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텃밭에서 새누리당의 의석 손실이 새정치연합보다 훨씬 커 향후 입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지역구 낙선자 비례대표로 구제

선관위는 지역주의 완화와 유권자 의사의 충실한 반영을 위해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 도입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국회의원 정원은 현행 300명을 유지하고 전국을 6개 권역(서울, 인천·경기·강원,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광주·전북·전남·제주, 대전·세종·충북·충남)으로 나눠 인구비례로 의석을 배분하자고 했다.

권역별로 지역구 및 비례대표 비율은 2 대 1 범위에서 결정하도록 했다. 총 비례대표 의석이 현재(54석)보다 두 배로 늘어나는 것이다.

선관위는 아울러 각 정당이 한 후보를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동시 공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 경우 현재 순위별로 1명씩인 비례대표 명부에 지역구 후보까지 2명 이상을 추천하도록 했다. 지역구에서 아슬아슬한 표 차로 낙선하더라도 비례대표로 당선될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이 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개표 후 권역별로 정당 득표율을 산출한다. 이 득표율에 따라 정당별 의석수를 확정한다. 여기서 지역구 당선인 숫자를 제외한 나머지가 비례대표 의석수가 된다.

비례대표 당선인은 사전에 정당이 제출한 명부 순위에 따라 결정한다. 이때 지역구에서 낙선한 동시 비례대표 공천자가 있으면 득표율(후보의 득표수/해당 선거구의 1인당 평균 득표수)이 가장 높은 사람이 비례대표 의원이 된다.

선관위가 19대 총선 결과를 기준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새누리당은 △광주 1명 △전남 6명 △전북 7명 등 14명, 새정치연합은 △부산 14명 △울산 2명 △경남 7명 △대구 10명 △경북 11명 등 44명의 낙선자를 비례대표로 구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경선 동시 시행…역선택 해결

선관위는 정치권에서 논란이 돼 왔던 오픈프라이머리 시행 방안도 제시했다. 대선과 총선,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등 주요 선거에 모두 적용하도록 했다. 선관위는 총선과 단체장 경선에서 상대 정당의 경쟁력이 약한 후보를 지지하는 이른바 ‘역선택’ 문제도 각 정당이 같은 날 동시에 경선을 하고 한 정당에만 선거권자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해결한다고 설명했다.

◆‘이정희 먹튀 방지법’도 도입

이날 개정 의견에는 선거일 11일 전부터 후보자의 사퇴를 금지하는 내용도 담겼다. 지난 대선에서 이정희 당시 통합진보당 후보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낙선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중도 사퇴했으나 정당 보조금 27억원을 그대로 받은 선례를 방지하자는 취지다.

선관위는 이와 함께 정당의 생활정치 활성화를 위해 과거 지구당(구·시·군 당)을 부활시키는 내용의 방안도 마련했다.

■ 권역별 비례대표제

국회의원 정수(300명)를 권역별로 인구 비례에 따라 나누고 그 의석을 정당 득표율에 따라 나누는 방식.


■ 석패율제

지역구에서 낙선한 후보자 가운데 높은 득표율의 낙선자들이 각 정당의 권역별 비례대표 배분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