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시장요소 개혁해야 성장·복지도 가능
한·중 FTA는 기업에 기회…개방·국제화 겁내선 안돼
17일 한국무역협회 회장단이 김 이사장을 차기 무협 회장으로 만장일치 추대한 직후 그를 시장경제연구원 사무실에서 만났다. 시장경제연구원은 2001년 그가 공직에서 은퇴한 후 법무법인 세종과 공동 설립한 민간 연구단체다. 김 이사장은 오는 26일 무협 정기총회에서 추인을 받은 뒤 3년 임기를 시작한다.
김 이사장은 무역협회 운영 방향과 관련, “‘시장으로의 귀환’이라는 용어는 직접 만들었고, 이제는 내 트레이드마크처럼 돼 버렸다”며 “이 말 속에 앞으로 무역협회장으로서 해야 할 일과 방향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그 뜻에 대해 “시장으로의 귀환은 구조개혁을 뜻하는 것이며 가장 큰 구조개혁의 방법은 개방과 국제화”라고 설명했다. 그는 “무조건 바꾼다고 해서 구조개혁이 아니고 올바른 구조개혁이란 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 원리에 맞도록 현행 제도와 관습 법규 등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미국에서 무리한 저금리 정책으로 저소득자들에게 주택을 팔다가 파국을 맞은 게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이며 이런 잘못된 정책과 틀을 바로잡는 게 구조개혁이라는 설명이다. 김 이사장은 “시장의 수요-공급 원칙을 무시하고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무리한 정책을 펼치는 것 자체가 구조개혁의 대상”이라며 “한국 정부의 노동·교육·공공·금융 등 4대 부문 개혁도 이 같은 원칙 아래 시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조개혁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는 개방과 국제화를 꼽았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국내 제도와 정책을 고치고, 개방을 통해 경쟁을 꽃피우게 하는 것이야말로 구조개혁의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는 “중국은 한국 기업에 기회도, 위협도 될 수 있지만 경쟁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며 “경쟁을 통해 기업이 크고, 기업이 성장함으로써 고용과 복지가 확대되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서 법인세 인상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이사장은 “법인세 인상 문제는 법인을 어떻게 보느냐에 관한 철학적 성찰이 기본이 돼야 한다”며 “법인을 탐욕과 부정의 주체로 볼 것인지, 배당과 월급·투자를 통해 사회에 이익을 환원하는 주체로 볼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이뤄진 후 논의돼야 할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기업은 이익을 사회에 더 많이 환원하도록 하고 그 이익을 받는 개인에게 과세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1966년 행정고시(4회)에 합격한 김 이사장은 1967년 경제기획원 사무관으로 공직에 진출한 후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에서 물가정책국장, 경제기획국장, 차관보, 대외경제조정실장 등을 지냈다. 김영삼 정부 출범 후 한국소비자보호원장, 철도청장, 공정거래위원장을 거쳐 1997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끝으로 공직을 떠났다. 그는 외환위기 실상을 축소 보고해 환란을 초래한 혐의(직무유기) 등으로 강경식 전 경제 부총리와 함께 구속 기소됐으나 2004년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001년 세종과 시장경제연구원을 설립해 2004년까지 일하다 중소기업연구원 원장을 거쳐 2008년부터 시장경제연구원 이사장을 맡고 있다.
김 이사장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한국 기독교 농촌운동의 선구자로 불리는 고 김영환 목사의 차남이다. 취미는 음악감상이다. KBS교향악단의 정기 연주회를 거르지 않을 정도로 마니아다. 2001년에는 KBS교향악단 신년음악회에서 차이코프스키의 ‘슬라브행진곡’을 객원 지휘하기도 했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