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그동안 엄격히 제한해온 상업용 드론(무인기) 운영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업계의 요구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드론 비즈니스가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 연방항공청(FAA)이 15일(현지시간) 발표한 규제안은 드론 무게를 55파운드(24.9㎏) 이하로 제한하고, 비행고도와 속도는 지상 500피트(152.4m)와 시속 100마일(160.9㎞)로 제한했다. 또 원격 조종사가 낮 시간대에 육안으로 비행을 볼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운영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아마존 등이 계획하고 있는 드론을 통한 원거리 배송은 당분간 어려워졌다.

마이클 후에타 FAA 청장은 “앞으로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면 누구든 상업용 드론을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현재 상업용 드론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신청자에 한해 엄격한 심사를 거쳐 FAA가 승인하고 있다. 340여개 업체가 신청했으며 승인을 받은 곳은 26개에 불과하다. 후에타 청장은 “FAA에서 주관하는 필기시험을 통과하면 누구든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연한 규제”라고 강조했다. FAA는 당초 유인 비행기 수준의 비행기 조종 연수를 검토했지만 드론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해 조종사 자격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FAA는 앞으로 60일간 공청회를 거쳐 최종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업계는 내년 상반기에 최종 규제안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FAA의 규제안이 확정되면 광고용 항공사진, 농약 살포, 교량 검사, 무선송신탑, 건축부지 조사 등에 드론이 주로 사용될 전망이다.

드론 업계 단체인 국제무인기시스템연합(AUVSI)은 이날 성명에서 “드론의 사회·경제적 이익을 실현하는 첫 번째 발걸음”이라며 “당초 우려와 달리 합리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상업용 드론과 일반 항공기와의 충돌 우려와 같은 안전문제와 새 산업 육성이라는 이해상충을 적절히 조화시켰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AA가 4년여 만에 내놓은 가이드라인은 무인기 시대의 도래를 예고하는 미국 항공정책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WSJ는 그러나 일부 조항은 업계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격조종사의 시야 내에서만 운영하도록 한 조항 때문에 아마존이 준비 중인 무인배송 서비스 ‘프라임 에어(Prime Air)’는 당분간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폴 미제너 아마존 부사장은 “정부가 최종안을 확정하기 전에 우리의 요구사항이 반영되기를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AUVSI는 상업용 드론이 본격 사용되면 첫 3년 동안 7만개의 일자리와 136억달러의 경제적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