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전주공장 '상용車 메카'로…2020년 年10만대 체제 구축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상용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중장기 청사진을 내놨다. 2020년까지 전주 상용차 공장에 2조원을 투입해 현재 6만5000대 규모인 생산 능력을 10만대 수준으로 확대하고, 승용차 부문과의 연구개발(R&D) 협력을 강화해 신차와 엔진 개발 능력도 확충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 상용차 부문에서 ‘세계 5위’ 업체로 발돋움한다는 비전이다.

현대차는 2020년까지 △전주 상용차 공장 증산 △파일럿동(시제품 생산시설)과 글로벌 교육센터 신설 △승용·상용 기술 R&D 협력 강화 △상용차 R&D 집중 투자 등에 2조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의 ‘상용차 부문 육성방안’을 16일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이 국내 공장을 증설하기는 2011년 기아차 광주공장 증설(50만대→62만대)을 결정한 이후 4년 만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국내 전주공장(6만5000대)과 기아차 광주공장(2000대), 중국 쓰촨현대 공장(2만7000대)에서 총 9만4000대의 상용차를 생산하고 있다. 전주공장이 생산 중인 상용차는 카운티 에어로타운 그린시티 슈퍼에어로시티 유니시티 유니버스 등 버스 6종과 마이티 메가트럭 트라고엑시언트 등 트럭 3종으로, 총 9종이다. 기아차 광주공장에서는 대형 버스(그랜버드) 1종, 쓰촨현대에서는 중국형 카운티 버스 1종과 마이티 트라고엑시언트 등 트럭 2종 등의 상용차를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전 세계 상용차 시장은 지난해 312만대에서 2020년이면 396만대로 연평균 4.2%씩 커질 전망”이라며 “전주공장 증산을 통해 현재 진출하지 않은 서유럽 및 북미에 고급형 신규 모델을 투입해 시장 확보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2조원의 투자 중 80%(1조6000억원)를 신차와 엔진 개발에 쓰기로 했다. 또 전주연구소 인원 중 상용차 설계와 제품 개발을 담당하는 조직을 세계 수준의 승용차 부문 기술진과 협력할 수 있도록 남양연구소로 이동시킬 방침이다. 그룹 관계자는 “전주공장에서는 시험제작차 생산과 설계 개선을 담당하는 연구 부문에 집중하고, 신차 출시 전 양산성 검증을 담당하는 파일럿동을 신설해 초기 품질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투자금의 20%(4000억원)를 전주공장 신·증설과 파일럿동 및 글로벌 교육센터 신설에 사용키로 했다. 이 중 글로벌트레이팅센터(GTC)는 직원 및 소비자를 위한 교육 공간으로, 매년 4만명 이상의 직원과 소비자가 찾는 지역의 명소가 될 것으로 그룹 측은 기대했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세계 상용차 시장에서 점유율이 3.0%에 그치며 10위권 밖에 머물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세계 5위에 올라 있는 승용차 부문 기술진과의 협력을 통해 연구개발 능력을 강화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지역별 특성에 맞춘 신차와 엔진을 개발해 상용차 부문에서도 세계 수준의 메이커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2001년 세계 1위 상용차 회사인 다임러와 자본금 1000억원 규모의 상용차 합작법인(DHTC)을 설립했지만 2004년 결별하고 독자 행보를 보여왔다. 다임러와 결별한 직후 현대차는 ‘2015년 세계 상용차 5위’ 계획을 내걸었지만 실패했고 여전히 글로벌 상용차 순위 10위권 밖이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