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6가 뭐길래…베라크루즈, 10년 만에 단종
현대자동차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베라크루즈(사진) 생산을 10년 만에 중단한다. 판매량이 많지 않은 데다 오는 9월부터 강화된 배출가스 규제 때문에 생산원가가 올라 수익성을 맞추기 어려워서다.

현대차는 울산 2공장에서 생산 중인 3.0L급 베라크루즈를 단종하기로 결정했다고 16일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대형 SUV인 맥스크루즈와 싼타페로 충분히 베라크루즈 수요를 끌어들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계속 생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전체 효율성을 감안해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유로6가 뭐길래…베라크루즈, 10년 만에 단종
카리브해 최대 항구인 멕시코 도시명에서 따온 베라크루즈는 2006년 10월 도심형 고급 SUV로 첫선을 보였다. 옛 테라칸의 명성을 이어받아 출시 이듬해인 2007년에 내수와 수출을 포함해 5만4000대 이상 팔리며 인기를 끌었으나 2013년부터 연간 판매량이 5000대 수준으로 급감했다.

내리막길을 걷는 중에 오는 9월부터 국내의 모든 디젤 신차에 적용되는 유로6 규제가 결정적인 단종 계기가 됐다. 유로6는 2013년부터 유럽연합(EU)이 도입한 디젤차 배기가스 규제로 기존 유로5보다 미세먼지는 50%, 질소산화물은 80%가량 더 줄여야 한다.

국내에선 유로6 기준이 올초부터 버스와 3.5t 이상 트럭에 우선 적용됐고 9월부터는 3.5t 미만의 트럭과 디젤 엔진을 장착한 SUV와 승용차 등으로 확대된다. 9월부터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디젤 차량의 생산이나 수입이 금지된다.

유로6를 충족하는 베라크루즈를 생산하려면 차량 가격이 100만~200만원가량 오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국내에 나온 디젤 차량 중 유로6 기준에 맞춰 판매되는 디젤 차량은 한국GM 말리부, 현대차의 엑센트, i30, i40, 그랜저 디젤, 기아자동차 카니발, 쏘렌토 등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일부 수입차 업체들은 9월 이전까지 생산 원가가 적게 드는 유로5 기준의 디젤 차량을 모두 판매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는 9월 이전에 유로5 기준의 차량을 사는 소비자들에게는 피해가 없다”며 “유로6 기준의 차량을 생산하는 데 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9월부터 디젤 승용차 가격이 대당 20만원 이상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