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투자스팩1호와의 합병을 통해 오는 4월 코스닥에 입성하는 나노는 이번 합병으로 총 120억원을 조달한다. 당초 직상장시 예상 공모 규모 30억~40억원의 세 배에 달한다. 공격적인 투자로 200%까지 치솟았던 부채비율은 70~80% 수준으로 내려가게 됐다.

적정한 회사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을 활용하는 기업이 등장했다. 직상장이 어려운 기업들의 차선책으로 인식되던 스팩이 우량기업의 새로운 상장 수단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평가다.

대기정화 전문기업 나노는 당초 한국투자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고 직상장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회사의 미래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판단에 방향을 틀었다.

신동우 나노 대표는 “환경산업 특성상 규제 첫해 매출이 급증하고 다음 교체 시기까지는 다시 줄어드는 구조”라며 “직상장은 해당연도와 다음해의 실적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실제 가치를 반영하기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스팩시장이 자리를 잡으면서 나노와 같은 우량기업의 스팩 상장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과거에는 상장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기업이 대다수였지만 최근엔 직상장이 충분히 가능한 회사들도 스팩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스팩과 합병해 상장에 성공한 업체 두 곳은 매출의 지속성 부족으로 상장예비심사 통과가 어려워지면서 스팩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 증권사 기업공개(IPO) 담당자는 “스팩은 회사와 발기인 간 협상을 통해 밸류에이션을 정하기 때문에 직상장시 수요예측과 같은 시장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다”며 “편법 상장의 통로라는 부정적 인식이 사라지면서 실적과 성장성이 좋은 기업들의 스팩합병 문의가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