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하이타오족 잡기 나선 대형마트
이마트 롯데마트 등 국내 대형마트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그룹이 운영하는 오픈마켓 티몰 글로벌에 입점한다. 이른바 ‘하이타오(海淘)족’으로 불리는 중국의 해외 직구(직접구매)족을 잡기 위한 것으로, 국내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역(逆)직구 사업에 나서는 것이다.

中 하이타오족 잡기 나선 대형마트
이마트는 지난 5일 티몰 글로벌 내에 전용 도메인(emart.tmall.hk)을 개설했다고 10일 밝혔다. 티몰 글로벌은 알리바바가 외국 기업을 판매자로 참여시켜 운영하는 오픈마켓이다. 이마트는 다음달 중순부터 티몰 글로벌 내 전용관에서 김, 과자, 된장 등 식품과 전기밥솥, 홍삼정, 여성 위생용품 등 100여가지 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앞으로 중국인 소비자는 한국 이마트에 오거나 이마트 홈페이지에 접속할 필요 없이 티몰 글로벌에서 한국산 상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된다. 이마트는 중국인 소비자가 주문한 상품을 중국으로 보내고, 중국 내 물류와 배송은 알리바바가 담당한다. 티몰 글로벌을 통해 이마트 상품의 역직구가 이뤄지는 것이다. 이마트는 상반기 중으로 판매 품목을 500개로 늘릴 계획이다.

롯데마트도 5일 티몰 글로벌에 전용 도메인(lottemart.tmall.hk)을 개설하고 라면, 한방샴푸, 화장품 등 국산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다음달 중순부터 김, 과자, 건강식품 등 100여가지 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티몰 글로벌에 입점한 것은 국산 가공식품과 전기밥솥, 건강기능식품 등이 중국인에게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지난해 롯데마트 서울역점의 중국인 매출은 전년보다 24% 증가했다. 이마트 동인천점에는 하루 평균 200여명의 중국인이 방문한다. 알리바바가 중국 최대 쇼핑 시즌인 지난해 11월11일 광군제(光棍節) 때 티몰 글로벌에서 판매된 상품의 국가별 판매자를 분석한 결과 한국이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중국인들의 온라인 해외 직구도 급증하고 있다. 중국 전자상거래연구센터는 중국의 해외 직구가 연평균 60%씩 늘어 2018년 18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최우정 이마트 온라인총괄 부사장은 “중국의 해외 직구 성장세는 한국보다 가파르다”며 “티몰 글로벌 입점으로 한국 상품의 수출 판로가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에 앞서 국내 화장품과 의류업체들은 이미 중국 역직구 시장에 뛰어들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10월부터 티몰 글로벌을 통해 후, 오휘, 숨, 빌리프, 수려한, 비욘드 등 6개 브랜드의 500여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국내 업체들이 알리바바의 티몰 글로벌에 입점하는 것에 대해 역직구 시장의 주도권을 중국 기업에 내주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내 기업이 티몰 글로벌에 입점하려면 보증금 2만5000달러와 판매금액의 4~5%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알리바바에 내야 한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