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 MS 뛰어들어 3파전…킬러 콘텐츠에 사활
2002년 개봉한 영화 마이너리티리포트에서 톰 크루즈는 손으로 허공에 떠있는 컴퓨터 화면을 자유자재로 조작한다. 이 장면은 13년이 지나도록 영화로만 남아 있었다. 지난달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가상현실 헤드셋 ‘홀로렌즈’를 선보이며 영화가 현실이 될 길이 열렸다. 이 기술은 현실 공간에 가상의 3차원(3D) 물체를 보여준다. 가상의 물체에 손을 가져가면 홀로렌즈는 이를 인식해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게 해준다. 가상의 영상만을 보여주던 기존 제품과 달리 현실과 가상을 겹쳐 보여주는 ‘증강현실’을 구현한다. MS가 홀로렌즈를 들고 나오면서 오큘러스VR과 소니로 갈렸던 가상현실 산업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새 컴퓨팅 UI의 등장

홀로렌즈는 영화 오락 등 엔터테인먼트 기능에 초점을 맞췄던 기존의 가상현실 기기와 다르다. MS는 PC, 모바일, 웨어러블은 물론 자사 게임 콘솔인 엑스박스까지 통합하는 ‘윈도10’을 준비 중이다. 윈도10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홀로렌즈를 이용한 가상현실 사용자 환경(UI)을 제공한다는 것. PC가 크게 발전한 데는 애플이 개발한 마우스의 공이 컸다. 홀로렌즈는 3D 홀로그램과 ‘키넥트’라는 동작인식 기술을 이용해 마우스가 그랬던 것처럼 컴퓨터 UI를 획기적으로 바꿔 놓을 태세다.

컴퓨터는 PC에서 스마트폰으로 진화하면서도 여전히 화면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다. 홀로렌즈는 모든 공간을 영상 출력을 위한 도화지로 사용해 공간의 제약을 제거한다. MS는 홀로렌즈를 이용해 허공에서 드론을 디자인하고 3D 프린터로 출력해 이를 증명했다.

◆심화되는 가상현실 각축전

가상현실 상용화에 불을 댕긴 회사는 오큘러스VR이다. 오큘러스VR은 2012년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킥스타터’를 통해 가상현실 헤드셋 ‘오큘러스 리프트’를 개발했다. 당시 오큘러스VR은 240만달러를 모금했다. 가상현실의 가능성을 확인한 소니는 ‘프로젝트 모피어스’ 개발에 나섰다. 모피어스는 소니의 게임 콘솔인 플레이스테이션4와 연동되는 가상현실 기기다. 지난해 3월 세계 최대 게임 개발자 축제인 ‘GDC 2014’에서 첫선을 보였다. 당시 모피어스 체험을 위해 관람객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신성장 동력이 필요했던 페이스북은 20억달러(약 2조2000억원)에 오큘러스VR을 인수했다. 모피어스 공개 1주일 만이다. 삼성전자도 바빠졌다. 삼성은 페이스북과 손잡고 기어VR을 내놓았다. 제조·유통에 강점을 가진 삼성과 페이스북의 협업은 가상현실 대중화를 위한 선택이다. 삼성전자는 기어VR을 스마트폰 판매를 위한 수단으로 삼았다.

◆게임에서 영화 여행까지

가상현실이 대중화하려면 사람을 끌어모으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소니는 모피어스용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서머레슨’을 개발 중이다. MS는 유럽에서 인기있는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홀로렌즈용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화성 여행’ 계획까지 세웠다. NASA와 협력해 화성에서 찍은 사진을 3D 홀로그램으로 재현, 화성 표면을 직접 걷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페이스북은 가상현실 영화 제작에 나섰다. ‘오큘러스 스토리 스튜디오’라는 손자회사를 설립하고 오큘러스 리프트용 가상현실 영화를 제작한다. 픽사와 루카스필름에서 근무한 인력들이 포함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기어VR 사용자를 위한 가상현실 콘텐츠 플랫폼 ‘밀크VR’을 선보였다. 음악 동영상에 이어 가상현실 콘텐츠까지 제공하면서 밀크는 삼성 콘텐츠 전략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사용자가 직접 가상현실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360도 전방위 촬영이 가능한 ‘프로젝트 비욘드’ 카메라도 내놨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