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오르비스 프로젝트' 원형 화면으로 3월에 선제 공개할듯
LG도 MWC서 '비밀병기' 공개…스마트워치 춘추전국시대

스마트폰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대결 구도가 이제는 스마트워치 시장으로 확산하고 있다.

애플은 최근 자사 첫 스마트워치인 '애플 워치'를 올 4월에 출시한다고 선전포고한 상황. 이에 삼성은 극비리에 개발한 새 스마트워치를 내달초 스페인에서 열리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5)에서 선보이며 맞불을 놓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라이벌인 LG전자에 이어 모바일 신흥 강자로 떠오른 중국 제조업체는 물론 전통 시계 업체들도 속속 스마트워치 시장을 노크하고 있어 삼성으로선 스마트폰에 이어 스마트워치 시장에서도 '샌드위치' 신세를 헤쳐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이 어느 때보다 이번 MWC에서 공개할 주력 스마트폰 갤럭시S6와 아울러 새 스마트워치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다.

◇ '코드명 오르비스'…삼성, 사각화면 고집 버리나
삼성은 앞서 갤럭시 기어, 기어2, 기어S 등 3종의 모델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스마트워치 시장 선도업체로 나섰다.

그러나 '영원한 적수'인 애플이 마침내 스마트워치를 내놓으면서 두 라이벌의 경쟁 무대는 스마트워치 시장으로도 옮겨가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10월부터 비밀리에 코드명 '오르비스(Orbis)' 프로젝트를 가동, 기존 모델과는 전혀 다른 스마트워치 신제품 개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오르비스란 라틴어로 '동그라미'를 의미하는데 이는 삼성의 새 스마트워치가 원형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는 것을 암시한다.

앞서 출시한 스마트워치 기어 시리즈 모델들은 전부 직사각형 디스플레이로 제작됐다.

삼성은 그동안 스마트워치는 전통적 의미의 시계보다 스마트 기기라는 관점을 유지해왔다.

스마트워치가 비록 작은 화면이지만 스마트폰, 태블릿처럼 사각형 형태여야 사용하기 편리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차기 스마트워치에 원형 화면을 탑재한다면 삼성이 그간의 고집을 꺾고 결국 업계 트렌드를 따르게 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LG전자도 지난해 스마트워치 처녀작 'G워치'에서 사각 화면을 채택했다가 후속 모델인 'G워치R'에서는 완전한 원형 화면으로 전격 전환한 바 있다.

세련된 디자인은 물론 이용 편의성에서도 사각 화면에 뒤질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실제로 G워치R은 출시 당시 해외 다수 언론으로부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삼성의 새 스마트워치는 원형 화면 테두리에 '회전식 베젤' 장치를 달아 조작의 간편함을 극대화했다는 이야기도 구체적으로 나오고 있다.

삼성 관련 전문 매체인 샘모바일은 최근 삼성의 새 스마트워치로 추정되는 제품의 외형 스케치 이미지를 공개하면서 "회전식 베젤을 좌우로 돌리면 통화 수락·거부, 음악 재생 등 다양한 기능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고 전했다.

충전 방식도 무선 기능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한다.

스마트폰워치의 단점 가운데 하나가 바로 충전의 번거로움인데 삼성의 스마트워치들은 여태 유선 충전 방식만 지원해와 많은 지적을 받았다.

이미 G워치R과 모토로라의 모토360은 무선 충전기능을 선보였다.

운영체제(OS)는 앞선 기어 시리즈처럼 안드로이드웨어 대신 삼성의 자체 OS인 타이젠을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카메라, TV, 스마트폰에 이어 스마트워치 등 모든 제품으로 타이젠 생태계를 넓히려는 삼성의 전략과 맞닿아 있다.

삼성 측에선 이번 MWC의 주인공은 갤럭시S6인 만큼 차기 스마트워치 공개 여부에 대해서는 확답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오르비스 프로젝트'로 완성된 새 스마트워치가 스페인에서 베일을 벗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애플워치 개봉박두…아이폰 저력 계속될까
'아이폰6 대박'으로 지난해 4분기에 사상 최대 성적을 거둔 애플은 올 4월에 내놓을 애플워치가 아이폰의 바통을 이어받기를 기대하고 있다.

비록 후발 주자지만 대화면 아이폰 인기의 여세를 몰아 스마트워치 시장도 제패하겠다는 속셈이다.

애플워치는 지난해 9월 공개 당시 때부터 유독 수려한 디자인에 관심이 쏠렸다.

애플의 아이폰이 라이벌 삼성의 스마트폰보다 단연 비교우위에 있는 게 독창적이고 세련된 디자인이었던 것처럼 애플워치도 그러했다.

18캐럿(18K) 금으로 만들어진 '에디션',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스포츠', 일반 모델 등 3개 부류로 나뉘어 나오는데 애플은 이에 패션 용어인 '컬렉션'이라는 단어를 썼다.

애플워치가 개인의 개성을 표출하기 위한 패션 액세서리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애플은 향후 마케팅과 광고 등도 이에 맞춰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웨어러블 시장이 곧 패션 시장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시장 전망과도 일치한다.

업계에서는 애플워치의 가세로 글로벌 스마트워치 시장 규모가 급속히 팽창할 것으로 내다본다.

시장조사업체 캐널리스에 따르면 애플워치의 출시 효과로 올해 스마트워치 시장은 지난해보다 3배가량 성장한 2천800만대의 판매량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3년 반 만에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애플에 턱밑까지 추격당한 삼성으로선 애플워치의 등장에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은 지난해 2분기까지만 해도 스마트워치 시장점유율 70%를 넘어서는 등 선도업체로서 입지를 다지는 듯했지만 애플워치가 출현하는 올 2분기부터는 상당한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워치가 흥행에 성공하면 서비스가 연동되는 아이폰의 인기도 덩달아 올라가는 시너지가 예상되기 때문에 삼성의 차기 제품은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불 '애플 바람'을 조기에 차단해야 하는 중요 임무를 맡고 있다.

◇ 스마트워치 춘추전국시대…LG도 MWC서 '비밀병기' 공개할 듯
삼성의 독주체제로 굳혀질 줄 알았던 스마트워치 시장은 이제 세계 곳곳에서 '영웅들이 할거'하는 춘추전국시대가 돼가고 있다.

소니와 페블이 가장 먼저 시장을 개척한 이후 불과 몇 년도 안돼 스마트워치 시장은 각국의 여러 스마트 기기 제조업체가 대거 경쟁하는 무대가 됐고 어느덧 스와치 등 전통 시계업체들도 앞다퉈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국내에서 만큼은 삼성의 라이벌인 LG전자는 G워치R의 후속 모델을 비밀리에 개발, 삼성과 마찬가지로 올 3월 MWC에서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G워치R이 지난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전자제품 전시회 IFA에서 삼성의 '기어S'와 동시에 공개행사를 치렀듯 이번에도 권위 있는 국제 전시회 무대에서 삼성과 자웅을 겨루겠다는 자신감으로 읽힌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과 애플을 놀라게 한 중국 제조업체들은 물론 가전, 컴퓨터, 심지어 전통 시계업체들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노트북 제조업체로 유명한 대만의 에이수스(ASUS)가 오랜 개발 기간 끝에 배터리 수명이 일주일 지속하는 스마트워치를 곧 공개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지난해 레노버에 인수된 모토로라도 앞서 호평을 받은 모토360의 후속 모델을 조만간 공개하며 모멘텀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워치 시장이 커지면 결국 스마트폰처럼 고가와 중저가 시장으로 분화할 것이 분명하다"면서 "스마트폰처럼 모든 가격대의 제품을 만들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삼성이나 LG도 확실한 고객 타깃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goriou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