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2위 "중국·일본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

일본 조선사들이 한국과 중국을 나란히 제치고 지난달 수주실적에서 세계 1위에 올랐다.

6일 국제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달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215만7천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 68척)으로 전년 1월보다는 213%, 전월보다는 84%나 감소했다.

세계 조선시장의 규모가 급감한 가운데 한국 조선사들은 이중 30.9%인 66만7천CGT(10척)를 수주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173%, 전월보다는 214%나 줄어든 수주량이지만 2위 자리를 지켰다.

중국 조선사의 수주량은 작년보다 678%, 전월보다 107%나 감소한 37만9천CGT(32척) 규모의 선박을 수주, 점유율 17.6%로 쪼그라들며 3위로 내려앉았다.

반면 일본 조선사의 지난달 수주량은 99만1천CGT(14척)로 45.9%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1위로 떠올랐다.

전월보다 수주량이 77%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일본이 월별 수주량에서 수주량 1위를 차지한 것은 2008년 3월 이후 6년10개월 만이다.

일본은 지난해 한국을 제치고 세차례 2위를 하더니 급기야 1위까지 올라선 것이다.

2003년까지 줄곧 세계 조선업 1위였던 일본은 지난해 전체 수주량이 중국 1천531만CGT(801척), 한국 1천178만4천CGT(305척)보다 한참 떨어지는 783만6천CGT(389척)의 실적을 기록했다.

한달간의 실적이어서 추이를 판단하기에는 이르지만 새해 첫달에 일본 조선업의 수주량이 이처럼 급신장한 것은 엔저를 기반으로 가격경쟁력을 높인 것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일본 조선사들은 합병 및 공동 출자 등의 구조조정을 통해 5사 체제로 대형화 작업을 마무리한 뒤 엔화 약세를 배경으로 한국 및 중국 조선사들과의 선가 격차를 줄이고 있다.

특히 대만 에버그린이 발주한 2만TEU급 컨테이너선 11척을 대량 수주한 것이 수주량 급신장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중국 조선소는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 있던 벌크선 부문에서 운임하락과 공급과잉의 영향으로 발주가 크게 줄면서 수주량이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조선업으로선 그간 중국의 물량공세에 고전하다 일본 조선업의 부활로 샌드위치 신세가 돼 가고 있다"며 "특히 일본은 중국보다 더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한국에 더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