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학과 교수들이 기부 약정서를 전달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문정, 박은아, 김명수 교수, 김영섭 총장, 김정수, 김윤희, 조규영 교수. 부경대 제공
간호학과 교수들이 기부 약정서를 전달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문정, 박은아, 김명수 교수, 김영섭 총장, 김정수, 김윤희, 조규영 교수. 부경대 제공
“학생들 덕분에 월급 받으니까요.”

부산에 있는 부경대 교수들이 월급에서 일부를 떼 제자들을 위해 기부하는 ‘월급 기부 릴레이’에 동참하고 있어 주위를 따뜻하게 하고 있다.

김정수 부경대 간호학과 교수 등 6명은 지난 4일 오전 대학본부 3층 총장실을 찾아 발전기금 3600만원 기부 약정서를 김영섭 총장에게 전달했다. 이들은 이달부터 2025년 1월까지 10년간 매달 월급에서 5만원씩 떼 간호학과에 기부하기로 했다. 이 돈은 간호학과 재학생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이처럼 제자들을 위해 달마다 월급 일부를 떼 기부하는 부경대 교수는 현재 25명에 이른다. 대부분 자신이 퇴직할 때까지 5만~10만원씩 월급에서 기부금으로 떼고 있다.

권혁무 시스템경영공학부 교수도 퇴직하는 2022년 8월까지 7년7개월간 월급에서 10만9900원씩을 떼 모두 1000만원을 소속 학과 대학원생 및 학부생들의 장학금으로 기부하기로 지난달 30일 대학본부와 약정했다. 김 총장(공간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도 2022년 2월까지 기부하기로 약정하고 2004년부터 월급에서 10만원씩을 기부금으로 공제해오고 있다.

부경대 ‘월급 기부 교수’의 최초 주자는 허성회 해양학과 교수다. 그는 2002년부터 2억원을 목표로 달마다 월급에서 20만원씩을 공제해 대학본부 장학기금 계좌로 보내왔다. 이뿐 아니라 각종 상금이나 상여금 등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계좌로 꼬박꼬박 돈을 보냈다. 2011년부터는 쌓인 기금에서 나오는 이자로 해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제자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실직하고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보며 ‘학교라는 (안정적인) 직장에 다닐 수 있다는 게 고맙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는 허 교수는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을 도와주는 것이 대학에 보답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장학금 모으기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퇴직하는 2032년까지 매월 10만원씩 기부하기로 최근 약정한 최호석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월급도 결국 학생들 덕분에 받는 거니까 조금이나마 돌려주기 위해 기부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적은 액수지만 기금을 차곡차곡 모아두었다가 학생들이 교환학생으로 해외에 나갈 때 현지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경비에 보태줄 계획”이라고 기부 배경을 밝혔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