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 손실 가능성을 낮추거나 원금의 일정 비율을 무조건 보장하는 ‘안정형 주가연계증권(ELS)’이 인기를 끌고 있다. 안정형 ELS들은 6개월 뒤 기초지수가 기준 시점의 80~85% 이상이면 수익을 주거나, 기초지수가 만기 때까지 65% 이상 떨어져도 원금의 90%를 보장해준다. 기초지수가 기준 시점의 90~95% 이상이면 조기 상환하는 일반 상품과 다른 구조다. 작년 종목형 ELS, 원자재 DLS(파생결합증권) 등이 대거 ‘녹인 구간(원금 손실 가능 구간)’으로 진입하면서 손실을 보자 보수적인 ELS 투자자가 늘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안정형 ELS 청약 경쟁률 5.7 대 1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달 첫스텝80 ELS의 소매 판매액은 1285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판매액 대비 713.29%, 전달 대비 100.46% 늘어난 수치다. 첫스텝80 ELS는 6개월마다 돌아오는 조기상환일에 기초지수가 기준 시점의 80~85% 이상이면 연 4.5~5.7% 정도의 수익을 지급한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기대 수익률이 시중금리보다 3%포인트 정도 높고, 6개월 만에 조기상환될 가능성이 다른 ELS보다 크기 때문”이라며 “작년 12월보다 지난달 코스피지수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기대 수익률도 1%포인트 정도 높다”고 설명했다.

현대증권이 3일부터 이틀간 300억원 규모로 모집한 K-FI 글로벌 13호 ELS엔 1710억원이 청약됐다. 청약 경쟁률은 5.7 대 1이다. 이 상품은 만기가 1년으로 짧고 코스피200지수가 기준 시점 대비 65% 떨어져도 연 3.8%의 수익을 지급한다. 65%보다 더 떨어져도 원금의 90%를 돌려준다.

◆원금 손실 가능성은 여전해

다른 증권사들도 원금 손실 가능성을 낮춘 ELS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코스피200지수, 유로스톡스50지수,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중 하나가 기준 시점 대비 45% 이상 하락한 상태로 연속 20거래일 이상 머물지만 않으면 연 6.5%의 수익을 주는 ELS를 판매 중이다. 보통 ELS는 녹인 구간에 하루라도 진입하면 원금 손실 가능성이 생긴다.

삼성증권은 기초지수가 녹인 구간에 진입한 상태로 만기가 돌아와도 원금의 80%를 돌려주는 ELS를, NH투자증권은 기초지수가 녹인 구간에 들어가면 만기를 2년 정도 늘려주는 상품을 출시했다.

안정형 ELS라도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조기상환 가능성이 크다고 하더라도 조기상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원금을 잃을 수 있다”며 “기대 수익률, 만기일 수익상환 조건 등을 따져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