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김문수 교육위원회 위원장(왼쪽부터), 이행자, 장우윤 의원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확대 촉구 건의안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김문수 교육위원회 위원장(왼쪽부터), 이행자, 장우윤 의원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확대 촉구 건의안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는데 세수가 늘면 교육재정교부금이 자동으로 늘어나는 현 제도를 유지해야 하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지방교육재정 구조조정 문제를 공식화했다. 황찬현 감사원장도 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방교육재정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자구 노력을 한다면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음에도 방만하게 지출되는 것 같다”며 “재정여건 악화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사업 추진과 무분별한 예산 집행을 계속하는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자치단체가 있는지 (감사를 통해) 자세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17개 시·도교육감이 ‘교육자치 훼손’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상당한 갈등과 마찰이 예상된다.

한국경제신문이 4일 입수한 교육부와 기획재정부의 ‘지방교육재정 정보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전체 53조원(2013년)에 달하는 지방교육재정 예산 중 10%에 달하는 5조원 안팎이 낭비되거나 엉뚱한 곳에 쓰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정부는 시·도교육청에 대한 교부금을 늘리기에 앞서 방만 운영 개선 및 자체 복지사업 구조조정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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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청 100% 수의계약 ‘눈살’

이 자료에는 최근 교육부의 감사 및 시·도 의원들에 의해 밝혀진 교육청의 각종 부실운영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인천교육감의 경우 지난해 7월 부인과 단둘이 거주하는 자신의 관사 수리에만 6000만원을 썼다. 그는 전임 교육감의 호화 관사 관리 실태를 앞장서 비판했던 인물이어서 더욱 눈총을 받았다.

또 인하대 사범대 부속중학교는 최근 1억여원을 들여 수십년간 쓰지도 않았던 화장실을 개조하는가 하면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는 혁신학교 예산 1억4000만원을 노트북 구입, 교직원 워크숍 대회 상금 등에 써 ‘예산 낭비’라는 비난을 받았다.

교육청의 주먹구구식 운영도 예산 낭비의 원인으로 꼽힌다. 경북교육청은 2013년 관급 자재 구매 및 시설공사 발주와 관련한 485건의 계약(총 211억원)을 모두 수의계약 형태로 집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구자근 경북도의원은 “수의계약을 경쟁입찰로 바꿨더라면 약 100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와중에 만성적인 예산 부족에 시달린 교육청은 2013년에만 1조원의 지방교육채를 발행했다. 하지만 그해 교육청들이 쓰지 않은 이월·불용예산만 4조1529억원에 달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월·불용예산만 제대로 관리했어도 지방채를 발행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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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청 행정직 68%나 늘어

박 대통령도 지적했듯이 저출산으로 인해 학생 수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시·도교육청의 교원·행정직원 수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관련 인건비도 눈덩이처럼 불어나 재정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2010년 776만명이었던 전국 유치원·초·중·고 학생 수는 2013년 713만명으로 3년 새 63만명 감소했다. 하지만 이 기간 전국의 학교 수는 1만9720개에서 2만195개로 2.4% 늘었고 교원 수는 47만3000명에서 48만5300명으로 2.6% 증가했다. 예산도 크게 늘었다. 2010년 43조1089억원이었던 지방교육청 예산은 2013년 53조2958억원으로 23.6% 증가했다.

무상급식이 포함된 사업비가 60.3%나 증가했고 인건비와 운영비가 각각 18.2%, 37.8% 늘었다. 반면 시설 투자비는 8.1% 감소했다.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투자는 줄이고 무상급식 등 복지 관련 지출은 늘린 셈이다.

교원 숫자뿐만 아니라 행정직원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전북교육청은 2010년 이후 3년 동안 행정직원 수가 1556명(68.1%)이나 증가했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금 지방교육재정은 예산의 대부분을 정부에 의존하고 있는데 사용처에 대해선 아무런 견제 장치가 없다”며 “이런 구조에서 방만 운영·부실 재정은 필연적”이라고 지적했다.

임원기/도병욱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