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차기 당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한 2·8 전당대회가 당권 주자 간 ‘진흙탕 싸움’으로 당내 고질병으로 꼽혀온 ‘친노(친노무현계) 대 호남’ 대립 구도만 심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지원 후보는 4일 광주를 방문해 현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투표 하루 전에 룰을 바꿔버리는 이러한 세력들은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 정신을 훼손시키는 이분들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친노 세력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또 “민주주의를 일으키는 데 앞장선 우리 광주·전남 시·도민들이 바른 선택을 해서 제게 힘을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김유정 대변인도 “경선 도중에 룰을 마음대로 바꾸는 행태로 ‘친노 패권주의’가 재확인됐다”고 했다.

문재인 후보는 이 같은 박 후보 측의 공격을 ‘선거용 프레임’이라고 일축했다. 문 후보는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친노, 비노 이런 이야기가 당내 선거에서 상대 공격용으로 증폭되는 게 아니겠느냐. 나를 친노의 수장이라고 프레임을 거는 것”이라며 “당 대표가 되면 이제는 친노 비노, 이런 계파 논란이 더 이상 없다는 것을 당의 운영이나 인사를 통해서 확실히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문 후보는 룰 변경 논란에 대해서도 “룰을 바꾼 게 아니라 잘못된 해석을 바로잡은 것으로 오히려 저는 이번 전대에서 불리한 룰을 받아들였다”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혁신과 통합의 장이 돼야 할 전당대회가 후보 간 네거티브 싸움으로 고질적인 당내 계파주의만 재확인했다”며 “방송 토론회에서조차 ‘저질’ ‘비열’ 같은 원색적인 단어가 난무하는 등 양측 간 감정의 골이 깊게 파여 누가 당 대표가 되더라도 이를 치유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