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 2막에서 자신의 평소 악행의 결과가 딸 질다에게 미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던 꼽추 리골레토는 딸과의 이중창을 통해 가장 두려워하던 일이 결국 벌어졌음을 확인한다.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호색한 공작이 질다의 몸을 더럽힌 것이다.

분노가 극에 달한 리골레토는 이어지는 격정적 이중창 ‘그래, 복수다’에서 자신이 모시던 공작을 향해 피의 복수를 다짐한다. 그러나 복수를 시도하는 3막의 피날레는 리골레토가 의도하지 않았고, 예상하지도 못했던 더 큰 비극으로 치닫고 만다.

이웃나라 일본을 요동치게 한 이슬람국가(IS)의 인질 살해 사건에 우리 심장도 분노로 뛴다. 그러나 보복으로 세상의 정의를 구현한다는 것이 불가능함은 자명하다. 그렇다고 관용도 답은 아닐 것이다. 증오와 오해의 근본 원인이 치유돼야 한다. 역사가 풀지 못한 이 문제를 과연 해결할 수 있을까.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