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연애’는 문채원의 포텐을 터트린 영화다. 그야말로 사랑스러운 매력이 넘친다. 18년 지기 남자 사람 친구 준수(이승기 분) 앞에서 거침없이 욕도 하고, 발길질도 하는 솔직녀 현우로 분한 문채원은 춤추다 울고, 헤어진 남자에게 전화를 수십 통 하는 진상 아닌 진상을 부리지만 그래도 사랑스러워 보였다.



“작정한 거 아니에요. ‘오늘의 연애’로 포텐 터진다고들 하시는데 그것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그래도 어떤 작품을 할 때마다 팬이 생긴다면 좋은 일이죠. 사실 ‘굿 닥터’ 때부터 드라마적 요소가 많고 밝은 것보다 어두운 요소와 스릴러 비극적인 것들을 끌려하고 지금도 그런데 그런 식으로 몇 년을 소진하다보니 고갈이 되더라고요. 조금 긍정적이고 반대의 이미지를 비추고 싶고 해보고 싶어서 그걸로 정점을 찍고 싶긴 했어요. 맛보기로 긍정적이고 밝은 면을 보여주다가 그런 면이 가득 찬 걸 만나서 하게 된 거죠”





‘오늘의 연애’의 현우는 회사 선배 동진(이서진 분), 연하남 효봉(정준영 분), 그리고 언제 어디서나 부르면 나타나는 18년 지기 남자 사람 친구 준수까지 세 명의 남자와 엮인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하면 썸을 타고 있다고 할 수도 있고, 혹자들은 ‘건축학개론’의 서연(수지 분)를 잇는 ‘쌍X’이라고도 했다.



“조금 어딘가 약간 잘못하면 공감 안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여지녀라고 하잖아요. 캐릭터가 실제로도 관객들에게 나쁜X으로 비춰지면 안 될 텐데… 사실은 외롭고 사랑스럽다는 걸 많이 넣고 싶었어요. 캐릭터가 호감 못 사면 망하는 거잖아요. 그런 점에 중점을 뒀어요”



“초고에서 효봉이한테 여지를 주는 걸로 나와 있었어요. 그야 말로 위험한 일이죠. 어쩌다 만난 친구 선임을 한번 만났는데, 이 난리법통에 여지를 준다? 이건 캐릭터가 완전 밉상 된다고 생각해서 안하려고 했고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고도 얘기했어요. 효봉이를 깐깐하게 대하려고 했고 눈빛 한 번 안 주려고 했어요”





“영화 홍보될 때 사실 공감 못했어요. 썸이 아닌데…라고 생각했거든요. 썸으로 홍보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웃음). 요즘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섹시 로맨틱 코미디가 많잖아요. 보고나면 너무 캐릭터가 스토리에 이끌려가고 캐릭터가 그리운 건 없더라고요. 그런데 우리 캐릭터들은 박진표 감독님이 만져주셔서 옆에 있을 법한 구수하게 인간적으로 변했어요. 캐릭터에 대한 재미를 느끼러 오시면 영화 포커스가 잘 맞춰지지 않을까 싶어요. 너무 썸에 대해 기대하고 왔다가 ‘썸이 아니잖아?’ 이럴 수 있으시니까 캐릭터를 봐주시면 감사할 거 같아요”



‘오늘의 연애’는 박진표 감독이 이승기와 문채원을 캐스팅하면서 시나리오 초고와 방향이 많이 달라졌다. 완성된 영화는 현우와 준수의 이야기가 주를 이뤘지만 초고에는 한 여자 현우를 둔 세 남자(준수, 동진, 효봉)의 비중이 비슷했다.



“초고에는 세 남자의 비중이 비슷했어요. 초고 느낌이랑 지금 영화는 많이 달라요. 초고의 느낌 영화도 재미있긴 했어요. 끊임없는 에피소드 나열이고 정신없이 세 남자 왔다 갔다 하는 내용이었죠. 신선하긴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붕뜨는 느낌이 있어서 박진표 감독님께서 승기랑 저를 만나고 눌러주셨어요”





현우는 남자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기상캐스터지만 초반 현우의 마음은 이미 가정이 있는 유부남 동진(이서진 분)에게 향한다. 굳이 유부남을 좋아한다는 설정을 넣어야 했을까. 혹시 불륜을 미화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됐다.



“오히려 주변에서 이 짧은 영화에서 ‘유부남을 좋아해서 너무 문제다’이랬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했던 게 그맘때 여러 가지 듣는 이야기 중에 실제 그런 일이 많다고 들었어요. 비서로 들어갔는데 과장님이랑 바람나서 밀회를 떠났는데 사모님이 홈페이지에 글 올리고… 그런 걸 많이 들어서 많이 일어나는 일이구나 생각했죠. 동진의 사랑방법은 유부남이라는 데 포커스 안 맞춰지고 그 사실이 발목을 붙드는 건 동진이죠. 이기적인 남자가 좋고 매달려봤던 경험이 다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렇다면 그렇게 위험한 소재라기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해서 우려 안 했어요”





문채원은 ‘오늘의 연애’ 180도 다른 캐릭터로 변신했다. 문채원하면 떠오르던 단아하고 청순한 이미지를 깨고 ‘원래 문채원이 이렇게 발랄했나?’ 싶을 정도로 캐릭터를 잘 소화해냈다.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에 출연해서도 사랑스러운 매력을 제대로 선보였다.



“모든 사람들이 때와 장소에 따라 내면의 모습을 이렇게 했다가 저렇게 했다가 누구나 그렇다고 생각해요. 배우가 조금 더 그럴 수 있는 편차와 장소나 일거리가 그런 것들이니까…”



“이미지 자체가 단아한 게 많이 차지하고 있다면 어떤 걸해도 그렇게 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 타고난 이미지가 있다면 그런 거 같은데 인터뷰를 해도 나긋나긋하고 차분하게 하다가. 이번에 ‘런닝맨’은 의도성이 있었죠. 일부러 했다기보다는 영화를 홍보하러 나왔다는 전제가 깔리니까 현우와 다르게 평상시가 편하다고 해서 차분하고 조용하게 지내면 저런 친구가 현우 역할을 했다는 게 뭐가 궁금하겠어요. 앞뒤의 차인 거 같아요. 영화를 보고 나서 차분하게 얘기하면 ‘뭐야 현우랑 다르네’ 반전이 될 수 있지만 평소 모습으로 나와서 홍보하면 효과가 떨어지니까 밝게 하려고 했죠. 저는 조용하고 차분하고 말도 느리게 하는 게 더 편한 편이예요”





2011년 ‘최종병기 활’에 이후 오랜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문채원. 드라마를 통해 대중들을 만나왔기에 스크린이 조금은 낯설기도 하다.



“드라마 스코어에 민감하다가 첫날 13만이라고 하시니까 뭔지 잘 모르겠어요. 그냥 분위기 좋다고 하면 그 말을 믿을래요. 재밌었다고 해주시면 좋겠고(웃음)”



“결과에 상관없이 ‘오늘의 연애’와 함께 할 수 있어 좋아요. 이런 작품 남기고 싶었는데 소중히 남겨둬야죠. 색다른 모습을 선보이고 우리가 했지만 관객들 반응 보면 다시 선물 받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거고 도전할 수 있는 거죠. 보이지 않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거 같으니까 희한해요. 배우와 관객이 서로 주고 받으며 소통한다고 할까요?”



(사진 = 최지연 기자)
리뷰스타 전윤희기자 idsoft3@reviewsta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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