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에게 잘못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땅콩회항’ 사건 결심공판에서 사건의 발단이 승무원과 사무장 때문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결심공판에서는 조 전 부사장과 박창진 사무장의 대면도 이뤄졌지만, 둘은 단 한 차례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에 대해 징역 3년을 구형했다.

2일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오성우) 심리로 열린 땅콩회항 사건 1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조 전 부사장에게 징역 3년, 대한항공 객실승무본부 상무인 여모씨와 국토교통부 조사관 김모씨에 대해 각각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이날 결심공판은 이례적으로 약 10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양측의 날선 공방으로 1, 2차 공판보다 길어졌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에 대해 “초범이지만 그룹 오너 장녀의 지위를 남용해 소란 행위 및 항공기 탑승 위협을 초래했다”며 “이는 평소 성향과 무관하지 않고 범행을 부인하는 법정 태도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어 “언론에 공개한 박 사무장에 대한 사과는 여론의 뭇매에 떠밀려 한 것으로 보이고, 진정한 자성의 결과로 볼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결심공판 과정에서 조 전 부사장은 사건의 발단이 승무원과 사무장에게 있다고 진술했다. 조 전 부사장은 “담당 승무원이 본인의 생각과 경험에 의해 매뉴얼을 자의적으로 판단해 잘못된 서비스를 했다”고 말했다. 또 비행기를 세우고 사무장이 내린 것 역시 당시 기장에게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조 전 부사장은 “비행기를 세우라고 했지만 움직이는 비행기를 세우란 뜻이 아니고, 비행 절차를 중지하라는 것이었다”며 “이런 것들은 기장이 최종 판단하는 것이며 당시에도 기장에게 판단을 넘긴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무장과 조 전 부사장의 사건 발생 이후 첫 대면도 이뤄졌다. 박 사무장은 이날 비행 스케줄을 마친 뒤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고 법정에 섰다. 박 사무장은 증인석에 배치된 티슈를 뽑아 들고 신문 중 종종 눈물을 닦으며 진술을 이어갔다.

박 사무장은 2차 공판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박 사무장은 “회사가 나를 위해 모든 조치를 해주고 있다고 하는데, 그렇게 생각해본 적 없다”며 “오히려 2월 스케줄에서 팀 비행이 과도하게 빠져 있고, 오전 3~4시에 출근하는 스케줄이 반복되는 등 과도한 업무가 배정됐다”고 주장했다.

박 사무장과 조 전 부사장의 매뉴얼 관련 진술은 여전히 엇갈렸다. 박 사무장은 자신의 매뉴얼 이행 등이 무엇이 잘못됐냐는 검찰의 질문에 “잘못한 적이 없다”고 단호히 대답했다. 반면 변호인 측은 “웰컴드링크(승객이 처음 탑승했을 때 제공하는 서비스)와 프리드링크(승객이 식사 전에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박 사무장이 잘 모르는 상태였다”며 사건의 발단이 매뉴얼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사무장에게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