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긴 론스타…외환銀서 430억 배상 받아내
외환은행이 2003년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국내에서 ‘먹튀’ 논란을 일으켰던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400억원가량을 이달 초 배상했다.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주였던 올림푸스캐피탈에 지급한 손해배상금의 절반이 넘는 돈을 물어준 것이다. 론스타는 사실상 국내에서 철수한 상태지만 여전히 금융시장에 여진을 일으키며 질긴 악연을 이어가는 양상이다.

◆끝내 거액 배상 받아낸 론스타

29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이달 초 싱가포르 국제중재재판소의 중재에 따라 론스타에 430억원가량을 배상했다.

사건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외환카드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허위 감자설을 유포했다.

주가를 고의로 낮춰 합병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었다. 대법원은 당시 론스타코리아 유모 대표에게 주가조작 혐의로 2011년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함께 기소됐던 외환은행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와 별개로 2003년 당시 외환카드의 2대 주주였던 올림푸스캐피탈은 ‘주가조작으로 손해를 입었으니 배상하라’며 2009년 론스타를 상대로 싱가포르 중재재판소에 중재를 신청했다. 재판소는 2012년 론스타에 올림푸스캐피탈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고 중재했다. 론스타는 올림푸스캐피탈에 713억원을 배상했다.

문제는 그 배상 판결 이후에 발생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도 책임이 있다”며 2012년 다시 싱가포르 중재재판소에 배상금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한 것이다. 재판소는 3년여의 중재를 거쳐 론스타가 올림푸스캐피탈에 배상한 금액의 절반 이상을 외환은행이 론스타에 지급하도록 했다.

2003년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을 주도한 것은 론스타지만 외환은행도 당시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주식 매수를 결의하는 등 불법 행위에 관여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주가조작에 따른 저가 매수 이익도 얻었으니 손해배상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는 취지다.

◆정부와도 소송…악연 계속 돼

이 같은 중재 결과로 국내에서 무죄를 받았던 외환은행이 유죄를 선고받은 론스타와 주가조작에 대해 공동책임을 진 꼴이 됐다. 중재 판정을 그대로 따라야 할지 여부를 놓고 중재 판정 취소 소송 등을 통해 시비를 가렸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외환은행뿐 아니라 정부도 여전히 론스타에 끌려다니고 있다. 론스타는 2012년 서울 남대문세무서를 상대로 외환은행 주식을 팔고 떠날 때 냈던 주식매각 대금에 대한 양도소득세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내 지난해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3000억원을 돌려받는 판결을 받아내기도 했다.

론스타는 또 한국 정부를 상대로 4조6000억원에 달하는 배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해 둔 상태다. 론스타는 2012년 “외환은행 매각 과정이 지체되면서 피해를 입었고 세금 부과도 부당하다”며 국제투자분쟁해결교류센터(ICISD)에 소송을 냈다. 이 재판의 판결은 내년에 나온다.

김일규/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