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조선업계, 엔低 바람타고 공격 경영…이마바리조선, 16년 만에 도크 건설
일본 최대 조선사인 이마바리조선이 16년 만에 일본 내 신규 도크를 짓기로 하는 등 일본 조선업계가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고 있다.

이마바리조선은 가가와현 마루가메시 조선소에 400억엔(약 3700억원)가량을 투자해 대형 건조 설비 도크를 건설하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9일 보도했다. 도크는 길이 600m, 폭 80m에 3기의 크레인을 갖춘 일본 최대 규모다. 총 운반 능력은 3600t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신흥국 경제 성장에 따라 대형 선박 건조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투자다. 이 도크는 2016년 10월 가동에 들어가 대만 해운사 에버그린에서 수주한 컨테이너선 11척을 건조할 예정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일본 4위 조선업체 가와사키중공업도 지난해 11월 중국 COSCO와 중국 랴오닝성에 설립한 조선소에 300억엔을 추가 투자해 도크를 정비하고 대형 크레인 및 강재 가공 공장을 증설하기로 했다. 2007년 합작회사 설립 초기 2개의 도크를 만들 예정이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2010년 1개를 가동한 뒤 보류했던 투자를 재개한 것이다.

일본 조선사들은 2000년대 들어 한국과 중국 조선사에 수주를 빼앗기며 고전했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2차 내각 출범 이후 엔화 약세로 가격 경쟁력을 회복하면서 실적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 가와사키중공업은 이날 2014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 연결 순이익이 전년 대비 45% 증가한 560억엔에 이를 것이라고 발표했다. 사상 최고인 기존 전망치(480억엔)보다 80억엔 올려 잡았다. 작년 10월 말 일본은행의 추가 양적 완화로 달러당 엔화가치가 120엔 근처까지 떨어진 데 따른 수익성 개선을 반영한 결과다. 엔화가치가 달러당 1엔 하락할 경우 가와사키중공업의 영업이익은 연간 28억엔 증가한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조선 사업부문을 분사한 뒤 일본 조선사 간 제휴를 통한 경쟁력 확보를 검토 중이다. 그동안 경쟁 심화로 거액의 손실이 발생했지만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액화천연가스(LNG)선 등을 분리해 재도약할 수 있는 적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살아나는 일본 조선시장을 겨냥한 신규사업 진출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은 일본 내 LNG선 관련 기기 사업에 진출한다고 지난 19일 발표했다. 북미로부터 셰일가스 수입을 겨냥한 LNG선 건조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일본 선박수출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선박 계약 실적은 1484만3131t으로, 6년 만에 최고를 기록한 2013년에 이어 2년 연속 증가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