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히타치처럼…中 조인트벤처 성공 비결은
중국 시장은 지난 십수년간 급속한 성장을 했고 주요 기업들의 글로벌 생산 공장으로, 소비시장으로 자리잡아왔다. 이런 거대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조인트벤처(joint venture) 방식을 선택한 글로벌 기업이 상당수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닫혀 있던 중국 시장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현지 파트너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했고 조인트벤처를 활용하게 됐다.

중국 정부는 적극적으로 산업 발전을 꾀했다. 산업 육성을 위해 필요한 선진 기술을 도입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외 선진 기업들과의 조인트벤처를 장려한 이유다. 그리고 중국 정부는 외상투자산업지도목록이라는 외국인 투자 가이드를 통해 중국으로 유입되는 외국인 투자를 관리하고 있다. 특정 산업 및 기술 분야는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무조건적으로 중국 현지 기업과 조인트벤처를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독일의 자동차 회사인 폭스바겐은 중국 내 조인트벤처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이 회사는 투자에 대한 리스크는 컸으나 잠재성 있는 거대한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상하이자동차와 합작투자를 진행했다. 조인트벤처 설립 이후 상하이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중국 내 제조 차량 중 처음으로 지방정부 관용차로 선정돼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나가기 시작했다. 1996년에는 현지에 연구개발(R&D) 센터도 설립했다. 2004년엔 베이징올림픽의 유일한 자동차 스폰서로 승용차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성공했다. 그 결과 중국 시장 판매량 1위라는 성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폭스바겐과 상하이자동차 간 조인트벤처는 중국 측 파트너를 아군으로 만들어 활용한 사례다.

일본 히타치는 중국에서 조인트벤처, 인수합병(M&A) 및 제휴를 통해 원가 절감에 성공한 사례로 기록된다. 히타치는 좋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중국 시장에서 판매가 여의치 않았다. 실제 당시 중국 현지 기업들의 원가 경쟁력은 저렴한 인건비 등에 힘입어 글로벌 업체들에 비해 20~40% 정도 높았다. 히타치는 원가 경쟁력이 있는 중국 현지 업체들과의 협력 관계 형성을 통해 중국 시장에서 선전할 수 있었다.

물론 성공 사례만 있는 건 아니다. 조인트벤처가 지속되면서 나타나는 가장 큰 갈등은 경영권 문제다. 현지 조인트벤처 파트너가 필요한 기술 등 역량이 어느 정도 확보됐다고 판단하면 독자적으로 사업을 하겠다는 의지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경영권 갈등으로 파트너사와 관계가 나빠지고 현지 여론 악화까지 겹치게 되면서 결국에는 철수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브랜드 파워를 맹신한 나머지 중국 시장 특성에 맞는 제품을 출시하는 데 실패해 고전하다 결국 철수하는 경우도 있다. 중국 내수시장이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도 절대로 쉽지 않고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최근 5년간 2배 이상 상승한 중국 내 근로자 인건비,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 및 외국인투자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축소 등으로 중국에서 철수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그럼에도 시장 잠재력은 여전하다. 중국 시장을 원가 절감 측면에서 생산지 개념으로 접근하는 시대는 지났지만 제조업의 발달로 인해 부품 등 후방 산업 매력도는 여전히 높다.

외국인 투자 기업에 중국은 내수시장의 성장 잠재력, 중국 현지 기업들의 역량, 우수한 현지 인력 측면에서 여전히 매력적인 조인트벤처 사업 환경을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핵심 산업분야는 앞으로도 필수적으로 조인트벤처를 해야 한다.

박종석 < 책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