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만 참여할 수 있는 공공입찰 사업에 19개 대기업 및 중견기업이 ‘위장 중소기업’ 26곳을 동원해 최근 2년간 1014억원어치의 일감을 따냈다고 중소기업청이 28일 발표했다.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3만924개 기업에 대한 전수 조사를 한 결과다. 중소기업 간 경쟁 제품은 가방 책상 의자 등 207개 제품으로 2013년 시장 규모는 약 20조원이었다. 이에 대해 유진기업과 네패스 등 일부 대·중견기업은 “억울하게 명단에 포함됐다”고 하소연했다.

‘위장 중소기업’으로 발표된 기업들이 따낸 일감의 대부분은 레미콘 아스콘 등 건설 분야와 전산업무 쪽이었다. 레미콘 중견업체 삼표는 공공조달 시장에 참여하기 위해 최대주주 또는 친족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알엠씨 유니콘 남동레미콘 등 5개 사업장을 통해 252억원어치를 수주했다. 중기청 관계자는 “삼표의 경우 중소기업확인서를 허위로 작성해 제출했다”고 말했다.

유진기업은 관계사인 남부산업의 화성공장과 아산공장 두 곳을 통해 88억원어치의 아스콘 일감을 수주했다. 고려노벨화약의 산양(49억원) 등 레미콘 업체들도 이번에 적발됐다.

소프트웨어 쪽에서는 부동산 중견업체 케이씨씨홀딩스 관계사인 시스원 수주액이 476억원으로 가장 컸다. 중견기업 다우데이타는 미래테크놀로지와 다우인큐브 두 회사를 통해 55억원어치를 공공시장에 납품했다.

중기청은 이번에 적발된 업체 명단을 공공기관에 통보해 조달시장에서 즉시 퇴출시키고, 중소기업 확인서를 허위 또는 거짓으로 발급받은 기업은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유진기업은 “지난해 판로지원법이 바뀌어 ‘업종이 다르면 허용’해주던 것을 작년 9월부터 금지하면서 생긴 일”이라고 해명했다. 9월 이전에 수주한 공공조달 물량을 납품한 것일 뿐 그 이후에는 공공입찰시장에 일절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네패스엘이디를 통해 공공조명시장에 참여한 중견 정보기술(IT)업체 네패스 관계자는 “법 개정 사실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중기청으로부터 공공입찰 제한 대상이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작년 6월에 수주한 물량만 납품했다”고 설명했다.

안재광/김용준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