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다보스 포럼) 이후 중국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리커노믹스 2.0’이란 말이 등장했다. 리커노믹스란 영국의 투자은행 바클레이즈캐피털이 중국의 경제정책을 책임지는 리커창(李克强) 총리(사진)의 이름과 경제학을 뜻하는 영어단어 이코노믹스(economics)를 조합해 만들어낸 신조어다.

리 총리의 경제정책을 의미하는 것으로 △인위적인 경기부양 자제 △부채 감축 △구조개혁 추진 등이 포함된다.

중국 언론과 경제학자들이 ‘리커노믹스 2.0’이란 표현을 쓰는 이유는 리 총리가 이번 다보스 포럼에서 제시한 화두가 기존의 리커노믹스와 다른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리 총리는 당시 기조연설에서 ‘두 개의 중가오(中高)’와 ‘두 개의 엔진’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두 개의 중가오란 “중국 경제가 속도 면에서는 ‘고속 성장’에서 ‘중고속 성장’으로, 질적인 수준에선 ‘하급’에서 ‘중고급’으로 바뀌는 전환기에 있다”는 것이다. 두 개의 엔진은 중국 경제 성장을 이끌 동력으로 시장과 정부를 의미한다. 리 총리는 “중국 경제가 중고속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장을 통한 혁신과 기초설비 및 공공서비스 공급 확대라는 정부의 역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리다오쿠이 칭화대 교수는 “리 총리가 두 개의 엔진이란 개념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중국의 경제 성장세 둔화를 우려하는 해외 기업 및 투자자들에게 ‘중국식 해법’을 제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즉 기존의 리커노믹스는 단기적으로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는 것을 감수하더라도 적극적인 구조개혁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어 ‘구조개혁’을 ‘경제성장’보다 우선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앞으로는 시장 개혁과 적극적인 정부 지출 등을 통해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것이다.

황젠후이 민생은행 경제연구원장은 “시장 혁신을 정부의 공공 부문 투자와 더불어 중국의 경제성장을 이끄는 ‘엔진’이라고 표현함으로써 중단 없는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부각시키면서도 그것이 경제성장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정부가 민간부문에 대한 규제 완화와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 설비 확대, 양로보험 의료보험 등 사회안전망 확충 등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