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제조업체의 인력부족률이 지난해 처음 1%대로 낮아졌다. 장기 불황으로 중소 제조업체의 일자리 공급은 줄어든 반면 중소기업에서 일하겠다는 구직자는 늘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인력 실태를 조사(표본 9000개 중소 제조업체)한 결과 지난해 인력부족률은 1.48%였다. 인력부족률은 ‘부족 인원’을 ‘적정 인원(현인원+부족 인원)’으로 나눠 백분율로 계산한 수치다. 2002년 9.36%였던 중소 제조업체 인력부족률은 2007년 3.93%, 2012년 3.03%, 2013년 2.59%로 계속 떨어졌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 제조업체의 인력부족률이 1%대로 떨어진 것은 저성장에 따른 투자 감소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소 제조업체의 설비투자가 줄어들면서 필요한 인력도 매년 줄었다는 것이다.

정책금융공사가 조사한 중소기업 설비 투자는 2013년 7조2000억원, 2014년 6조5000억원, 올해 5조9000억원(예상치)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반면 중소기업에서 일하겠다는 구직자는 2013년 391만명에서 지난해 411만명으로 늘었다.

중기청 관계자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중소기업에서라도 일하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구직자 증가 속도가 기업의 채용 증가 속도를 넘어서는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소기업의 인력 부족률이 ‘사상 최저 수준’인 1%대로 떨어진 것은 장기불황 탓이 크다. 설비투자가 줄어들면서 중소기업에 새로 생기는 일자리가 감소한 데다 ‘좋은 직장’으로 옮기는 직원(이직률)도 줄었다는 것이다.

예컨대 정부가 제공하는 구인·구직 지원시스템 ‘워크넷’에 기업들이 게재한 구인 건수는 지난해 250만명으로 전년보다 5만명가량 줄었다. 워크넷을 이용하는 기업의 85%가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 인력 이직률도 2011년 18%에서 지난해 12.2%로 낮아졌다.

반면 구직자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제공하는 구인·구직 지원시스템 ‘워크넷’에 일자리를 찾겠다고 등록한 구직자는 지난해 411만명으로 처음 400만명을 넘어섰다.

중소 제조업체 인력 부족률은 사무관리직이 0.77%로 가장 낮았다. 연구직과 기능직은 인력 부족률이 각각 1.88%, 1.49% 수준이었다. 반면 판매직은 3.23%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판로 개척이 중요하다고 보는 기업인들이 많다.

인력이 부족하다고 호소한 기업 가운데 ‘취업지원자가 없어서 사람을 뽑지 못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2013년 59.9%에서 지난해 48%대로 떨어졌다. 인천에서 충북 보은으로 본사와 공장을 옮긴 김익환 우진플라임 대표는 “직원 몇 명을 보은에서 뽑으려고 하는데 원서만 수백장 들어왔다”며 “선별하는 게 고민”이라고 말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직원 이직률이 떨어지면 신규 채용이 그만큼 줄겠지만 중소기업의 업무 숙련도는 향상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