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치 대타협'이다] 진영싸움에 갇히고 無타협에 빠진 정치…나라경제 골병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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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정부 조속통과 요청한 법안도 政爭에 밀려
서비스발전법 3년째 표류…의료·관광법도 막혀
수도권 규제 완화도 역대 정부서 번번이 좌초
서비스발전법 3년째 표류…의료·관광법도 막혀
수도권 규제 완화도 역대 정부서 번번이 좌초
지난해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여야 간 대치로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 처리가 줄줄이 미뤄지면서 국회가 경제 회복의 최대 걸림돌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강경 투쟁 일변도의 낡은 정치 프레임에 갇혀 있는 야당과 대야(對野) 정치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여당이 당리당략에 매몰돼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타협과 합의라는 의회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타협 정치와 진영 논리에 매몰된 정치권이 과감한 자기 혁파를 통해 지금의 정치 과잉 문제를 풀고, 경제 문제에 대해선 여야를 떠나 정책 공조에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서비스발전법 3년째 표류
‘무노동·식물 국회.’ 여야가 극한 대결을 벌이며 작년 정기국회 회기 100일 중 30일을 고스란히 날리면서 일반 국민의 싸늘한 시선을 받았다. 청와대와 정부가 서민 경제와 경기활성화를 위해 30개 중점 민생·경제법안을 선정, 국회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지만 정국 주도권을 쥐려는 여야 간 싸움에 밀려 상당수 법안이 표류하고 있다.
30개 법안 중 아직 처리되지 못한 것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의료법 등 12개에 달한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2012년 9월 법안 발의 후 2년 넘게 소관 상임위원회인 기획재정위원회에 발이 묶여 있다. 별다른 논의 없이 상임위 표류 3년차에 접어드는 것이다.
정부는 신산업 육성과 고용 창출 등을 위해 의료법인 자회사에 대한 외부 투자를 허용하는 이 법안의 처리가 시급하다고 주장하지만, 야당은 의료 서비스의 양극화를 초래한다고 맞서고 있다.
원격 진료를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과 학교 앞 호텔 신축을 허용하는 관광진흥법도 소관 상임위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창업 벤처기업의 자금 숨통을 터주는 크라우드펀딩법(자본시장법)도 제도 운영과 관련해 여야 간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정부가 요구하면 일단 삐딱하게 쳐다보며 무조건 발목을 잡고 보자는 식의 구태를 보이는 야당도 문제지만 그런 야당을 아우르지 못하는 청와대와 집권여당의 갈등 조정 능력도 낙제 수준”이라며 “국민이 먹고사는 경제 문제까지도 정치적 시각으로 접근하는 후진적인 정당정치 시스템을 손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문턱 못 넘는 수도권 규제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연내 해결 의지를 밝힌 수도권 규제 완화 문제도 역대 정부에서 정치권에 가로막혀 번번이 좌초됐다. 노무현·이명박 정부도 과감한 수도권 규제 완화를 외쳤지만, 민심과 선거 표를 앞세운 비(非)수도권 지역 국회의원들의 조직적인 반발에 부딪혀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가 수도권 규제 합리화를 꺼낸 2008년 11월에도 당시 야당인 민주당과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자유선진당이 적극 반대한 것은 물론 여당인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소속 지도부도 공개적으로 반발한 게 대표적이다.
정치권에선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해 이제 수도권 규제를 풀 때가 됐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여야 지도부 모두 지방 민심이 이반될 수 있다는 이유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 규제 완화 필요성이 나올 때마다 비수도권 의원들은 ‘국가균형발전’을 주장하지만 이 논리가 정치적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수도권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도권 규제 완화 관련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수도권에 예외적으로 공장을 신설하게 해주는 업종을 심사할 때마다 자기 지역구의 공장 이전을 반대하는 비수도권 국회의원들의 압박이 거세게 들어온다”며 “수도권 규제를 풀기 위해선 국회의 집단 이기주의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무타협 정치와 진영 논리에 매몰된 정치권이 과감한 자기 혁파를 통해 지금의 정치 과잉 문제를 풀고, 경제 문제에 대해선 여야를 떠나 정책 공조에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서비스발전법 3년째 표류
‘무노동·식물 국회.’ 여야가 극한 대결을 벌이며 작년 정기국회 회기 100일 중 30일을 고스란히 날리면서 일반 국민의 싸늘한 시선을 받았다. 청와대와 정부가 서민 경제와 경기활성화를 위해 30개 중점 민생·경제법안을 선정, 국회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지만 정국 주도권을 쥐려는 여야 간 싸움에 밀려 상당수 법안이 표류하고 있다.
30개 법안 중 아직 처리되지 못한 것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의료법 등 12개에 달한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2012년 9월 법안 발의 후 2년 넘게 소관 상임위원회인 기획재정위원회에 발이 묶여 있다. 별다른 논의 없이 상임위 표류 3년차에 접어드는 것이다.
정부는 신산업 육성과 고용 창출 등을 위해 의료법인 자회사에 대한 외부 투자를 허용하는 이 법안의 처리가 시급하다고 주장하지만, 야당은 의료 서비스의 양극화를 초래한다고 맞서고 있다.
원격 진료를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과 학교 앞 호텔 신축을 허용하는 관광진흥법도 소관 상임위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창업 벤처기업의 자금 숨통을 터주는 크라우드펀딩법(자본시장법)도 제도 운영과 관련해 여야 간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정부가 요구하면 일단 삐딱하게 쳐다보며 무조건 발목을 잡고 보자는 식의 구태를 보이는 야당도 문제지만 그런 야당을 아우르지 못하는 청와대와 집권여당의 갈등 조정 능력도 낙제 수준”이라며 “국민이 먹고사는 경제 문제까지도 정치적 시각으로 접근하는 후진적인 정당정치 시스템을 손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문턱 못 넘는 수도권 규제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연내 해결 의지를 밝힌 수도권 규제 완화 문제도 역대 정부에서 정치권에 가로막혀 번번이 좌초됐다. 노무현·이명박 정부도 과감한 수도권 규제 완화를 외쳤지만, 민심과 선거 표를 앞세운 비(非)수도권 지역 국회의원들의 조직적인 반발에 부딪혀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가 수도권 규제 합리화를 꺼낸 2008년 11월에도 당시 야당인 민주당과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자유선진당이 적극 반대한 것은 물론 여당인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소속 지도부도 공개적으로 반발한 게 대표적이다.
정치권에선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해 이제 수도권 규제를 풀 때가 됐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여야 지도부 모두 지방 민심이 이반될 수 있다는 이유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 규제 완화 필요성이 나올 때마다 비수도권 의원들은 ‘국가균형발전’을 주장하지만 이 논리가 정치적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수도권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도권 규제 완화 관련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수도권에 예외적으로 공장을 신설하게 해주는 업종을 심사할 때마다 자기 지역구의 공장 이전을 반대하는 비수도권 국회의원들의 압박이 거세게 들어온다”며 “수도권 규제를 풀기 위해선 국회의 집단 이기주의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