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에 이어 기아차도 부진한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판매 증가에도 러시아 루블화가 급락한 영향이 컸다. 올 1분기 실적에도 암운이 드리워졌다.

23일 기아차는 연결기준 4분기 영업이익이 500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3.0%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이 예상한 6700억원에 한참 못 미치는 실적이다. 매출은 11조7019억원으로 0.5% 줄었고, 순이익도 4362억원을 기록해 54.0% 급감했다.

현대차의 4분기 영업이익은 1조8757억원을 전년동기 대비 7.6% 감소했다. 현대차의 영업이익도 시장이 예상한 2조원을 밑돌았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4분기 판매대수는 전년동기 대비 각각 8.5%와 4.1% 증가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오히려 하락해 수익성이 나빠졌다.

기아차의 영업이익 감소폭이 더 큰 것은 현지 공장이 없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현대차는 현지 공장을 활용해 루블화 급락에 대한 위험회피(헷지)가 가능하지만, 기아차는 러시아 현지에 판매법인만 있어 충격을 고스란히 받았다는 것이다.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현대차와 기아차 1분기 실적도 기대하기 힘들 전망이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에 대해 "글로벌 경쟁 심화, 신흥국 통화 약세 등이 긍정적 요인을 대부분 상쇄하고 있다"며 "신차 효과와 세계 경제 안정화가 확인되는 하반기에 의미있는 투자비중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아차는 신흥 시장 노출도가 크고, 현지화 비중이 낮다"며 "신흥국 통화의 급락 환경이 달라지지 않는 한 저수익 구조의 고착화를 우려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스포티지와 K5가 나오는 하반기 전까지는 환율 관련 우려가 지속될 것이란 판단이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