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터 미셸 지음 / 안진환 옮김 / 한국경제신문 / 348쪽 / 1만5000원


그 당시 실험에 참여했던 아동들이 중년이 된 오늘날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지 추가로 관찰했다. 놀랍게도 자제력을 보인 아동들은 훗날 성인이 돼서 상대적으로 대인관계를 잘했고, 대입 시험 성적도 월등히 높았으며, 더 나은 자존감과 회복탄력성을 발휘했다. 심지어 건강과 직결된 체질량 지수도 낮았다. 즉 유아 때 보여준 자제력이 미래 삶에 대해 많은 것을 예언해 주며 성공과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다. 마시멜로 테스트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학대, 폭력, 방치, 억압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아동들이 훗날 어떤 삶을 살게 될지 추가로 관찰할 필요는 없다.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미성숙한 어른이 자제력을 잃고 짜증과 스트레스를 아이에게 퍼부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폐해에 대한 연구결과는 이미 넘쳐나기 때문이다. 피해 어린이가 폭행에 대한 기억을 까맣게 잊더라도 그 당시 형성된 불안감과 불신감 때문에 훗날 인간관계가 온전치 못할 확률이 매우 높다. 심한 폭력에 장기적으로 노출된 경우에는 뇌가 폭력에 즉각 공격적으로 반응하도록 학습돼 결국 폭력성이 대물림된다. 아이의 뇌회로에 변형이 일어나 불안증, 우울증, 분노조절 장애, 학습 장애 등 매우 다양하고 심각한 후유증을 초래한다. 후유증의 잠복 기간이 길어 치료가 쉽지 않을 뿐더러 학교 부적응 학생, 관심병사, 사회부적응 시민이 유발하는 엄청난 사회비용 대가를 치르게 된다. 꿀밤 테스트는 더 이상 진행되지 말아야 하겠다.
어찌 보면 마시멜로 테스트와 꿀밤 테스트는 하나의 이야기다. 인생의 성공과 행복에 자제력이 중요하다면 자제력이 있는 어른이 아이들에게 자제력을 실천해 보여줘야 한다. 아이는 어른이 하기 나름이고, 아이의 인성은 말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몸소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미셸 교수는 최근 펴낸 《마시멜로 테스트》에 지난 반세기 연구로 얻은 자제력에 대한 지혜를 상세하게 소개해 줬다. 자제력은 비록 유아 때에는 형성되지 않았어도 추후 교육으로 얻어질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한다.
이 얼마나 희망적인 소식인가. 다만 우리 모두가 자제력을 진심으로 원해야 한다. 마시멜로 테스트의 아이들이 더 큰 것을 얻기 위해 당장 눈에 보이는 이득의 유혹을 뿌리치려고 애썼듯이 우리도 단기 성공에 눈멀지 않고 장기 성공을 위해 애써야 한다. 그러면 꿀밤 테스트는 시작되자마자 곧바로 막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조벽 < 동국대 석좌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