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IoT) 표준을 두고 세계 정보기술(IT) 업체들이 합종연횡을 거듭하던 지난해 10월, 구글이 별안간 피지컬웹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피지컬웹 프로젝트는 IoT 기기를 인터넷주소(URL)로 직접 연결해 특정 운영체제(OS)나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의 종속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다. 기존 IoT 기기는 대부분 앱을 이용해 통제해야 한다. 구글과 삼성전자가 올해 각각 인수한 스마트홈 플랫폼 네스트나 스마트싱스도 앱을 기반으로 통제된다. 문제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IoT 기기를 각자 다른 앱으로 통제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것. 안드로이드 OS를 통해 열린 생태계의 중요성을 학습한 구글이 개방적인 웹을 무기로 문제 해결에 나선 이유다.

기존의 웹이 수많은 웹페이지를 URL로 연결해 가상의 정보 네트워크를 만들었듯 피지컬웹은 물리적인 사물 간의 네트워크다. 렌터카 업체의 자율주행 자동차를 이용하려는 사람을 예로 들자. 사용자가 도심 곳곳에 주차된 자율주행차 근처를 지나가면 가장 가까운 자율주행차의 위치가 스마트폰에 뜬다. 간편결제를 이용해 대여료를 내면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자율주행 교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IoT 기기들이 웹으로 표준화돼 있기 때문에 사용자의 단말기 종류나 앱 설치 여부와 무관하게 이용할 수 있다. 주변 IoT 기기와의 통신은 저전력 블루투스 기술인 비콘이 담당한다.

구글에 웹이 중요한 이유는 검색엔진으로 이미 웹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구글은 가장 개방적이면서도 효율적인 웹을 무기로 들고 나온 것이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