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3.8%에서 3.5%로 하향 조정했다. 저유가와 미국 경제의 강한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요국의 성장세가 예상보다 더 둔화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늪에 빠진 글로벌경제] IMF "유로존·日 장기침체가 최대 리스크"
IMF는 20일 세계경제 전망 수정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지난해 3.3%(추정치)보다 0.2%포인트 높은 3.5%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작년 10월 전망치보다 0.3%포인트 낮은 것이다. 올리비에 블랑샤르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저유가가 글로벌 경제 성장에 짧은 기쁨을 주겠지만 그 혜택이 글로벌 경제를 무기력한 상태에서 벗어나게 할 정도로 충분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IMF는 △투자 부진 △시장변동성 확대 △유로존과 일본의 장기침체 △지정학적 위기 등이 올해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블랑샤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과 일본의 장기침체가 당면한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IMF는 미국 경제에 대해선 낙관했다. 휘발유 가격 하락이 미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 지출 확대를 가속화시킬 것이라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1%에서 3.6%로 대폭 올렸다.

그러나 저유가가 경기침체에 직면한 유로존과 일본의 만성적 경제 무기력증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설명했다. 유로존과 일본은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 외에도 신흥국의 성장둔화 여파로 수출 감소와 투자 부진을 겪을 것으로 보고 올해 성장률을 각각 1.2%와 0.6%로 전망했다. 종전보다 0.2%포인트씩 내린 것이다.

IMF는 신흥국의 올해 평균 성장률을 종전보다 0.6%포인트 하향 조정한 4.3%로 전망했다. 러시아는 저유가와 서방의 경제 제재로 GDP가 3.0%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작년 10월 전망치보다 3.5%포인트 낮아졌다.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7.1%에서 6.8%로 낮췄다. 미국과 영국을 제외한 주요국 대부분의 성장 전망이 하향 조정됐다. IMF는 이번 발표에서 한국은 분석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IMF는 선진국의 경우 저유가가 내수경제를 진작시키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경기 부양적 통화정책을 지속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재정정책도 경기회복과 잠재성장률 제고에 초점을 맞춰야 하며 이를 위해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재정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