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울릉도 군민회관에서 영화 상영 전 장병과 주민들이 공연 영상을 보고 있다. 부민 제공
2013년 5월 울릉도 군민회관에서 영화 상영 전 장병과 주민들이 공연 영상을 보고 있다. 부민 제공
문화기업 부민의 대표이사 황의준 부회장(43)은 지난 7년간 격오지에서 복무 중인 장병과 지역 주민들이 갓 종영된 영화를 토·일요일에 무료로 볼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 황 부회장 등 군을 사랑하는 세 명의 최고경영자를 만났다.

160여만명에게 무료 영화관람 기회

황 부회장은 2008년 4월 1사단을 시작으로 2012년 5월 울릉도 군민회관에 스크린과 디지털영사기, 5.1채널의 음향기기를 설치할 때까지 57개 군부대와 1개 군민회관에 디지털문화관을 무상으로 세워줬다. 지난해 58개 디지털문화관에서 2487회를 상영, 52만여명이 관람했다. 그간 160만여명의 군인과 주민이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등이 후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부민은 2008년 2월 육군본부, 2011년 5월에는 국방부와 ‘문화나눔사업 공동추진’에 관한 협약을 맺었다.

황 부회장은 1990년대 말 ‘영화에서 삭제된 필름’과 ‘광고 NG 장면’을 담은 수백 편의 동영상을 인터넷으로 제공했던 ‘노컷’을 창업한 벤처기업인 출신이다. 그가 사재를 털어가며 문화나눔사업을 계속하는 이유는 한 가지 목표 때문이다. ‘내가 중요한 만큼 타인도 중요하고 내 가족이 소중한 만큼 남의 가족도 소중하며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 시키지 말아야 하고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남이 할 경우 그에게 고마움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 영화 상영 전 5분 동안 ‘차 한잔의 여유’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김현승 김용택 천상병 신경민 이해인 시인 등이 쓴 100여편이 넘는 시와 현인이나 명사들의 명언을 영상과 함께 보여준다. 그는 “장병 중 일부라도 이웃을 위한 사랑을 실천한다면 이 사업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부민은 국방부와 함께 오는 3월부터 영화 상영 외에 장병과 지역 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포함한 ‘힐링 프로그램’을 시작할 계획이다.

14년간 80여차례 군부대 강의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에트로’를 수입 판매하는 듀오의 이충희 사장(60)은 지난해 19개 군부대와 10개 대학교 강단에 섰다. 1년 중 1개월을 강의하는 데 투자한 셈이다. 지난해 찾은 군부대 중 7곳에서는 연속 강의를 했다. 오전에는 간부에게 ‘성공하는 리더의 길’을 강조했다. 전역 후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한 준비는 당장 시작해야 하며 외국어 공부, 민간인과의 교류가 중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오후에는 신병교육대 훈련생 앞에서 ‘군 생활의 성공이 사회 성공의 지름길’이란 주제로 마이크를 잡았다. 후임병이 사회에선 상사가 될 수도 있는 만큼 평소 아끼고 땀 흘려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는 “신병교육을 마치고 2군수 대대에 배치된 아들이 특별휴가를 받을 수 있게끔 2001년 장병 앞에 처음 섰다”며 “지난해까지 14년간 60여개 군부대에서 80차례 이상 강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강의료를 받지 않는 것은 물론 부대에서 필요한 물품이라면 기증도 아끼지 않는다. 지난해 12월에는 15사단과 20사단에서 강의한 뒤 각각 2000만원의 위문금을 전달했다. 그는 오는 30일 기무사령부에서 조현천 사령관 등 간부 400여명을 상대로 연단에 서는 등 올해도 군부대 강의를 통한 재능기부에 나선다.
최창환 장수산업 회장(맨 왼쪽)이 지난해 10월 해병대 2사단 짜빈동 부대에서 군인들과 구보 훈련을 받고 있다. 장수산업 제공
최창환 장수산업 회장(맨 왼쪽)이 지난해 10월 해병대 2사단 짜빈동 부대에서 군인들과 구보 훈련을 받고 있다. 장수산업 제공
“나는 ‘해병대학’ 졸업했어요”

해병대 264기인 최창환 장수산업 회장(62)은 스스로 “대학은 ‘해병대학’을 나오고 대학원은 중동의 건설현장에서 다녔다”고 소개하는 최고경영자다. ‘진짜 장수돌침대는 별이 다섯 개’라는 TV 광고로 알려진 장수돌침대는 최 회장이 홈쇼핑 방송에 출연하면서부터 주목받았다. 그는 1997년 홈쇼핑 생방송에 출연, 280만원짜리 돌침대 250개를 30분 만에 팔아 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장수산업 매출은 700억원에 달했다.

최 회장은 충주농고를 졸업한 뒤 자신을 시험하기 위해 해병대에 입대했다. 그는 “용광로에 나를 던져 이겨내야 한다는 각오로 임했다”며 “무엇이든 견뎌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태도로 행동하면 강인함을 발휘할 수 있음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해병대 정신이 특허권 소송 등을 통해 10여년을 끌어온 장수돌침대 상표권 및 상호 사용권을 둘러싼 부정경쟁행위중지 상고심에서 이길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는 설명이다.

최 회장은 베트남 짜빈동전투에 참전했던 중대에서 복무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제대한 지 40년 만에 부대를 찾아 완전군장을 하고 현역 군인들과 함께 훈련받았다. 그는 “해병대 2사단 짜빈동 부대를 적극 지원하겠다”며 “후배 장병들이 장수산업 취업을 희망하면 우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최승욱 선임기자/추가영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