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글로벌 금융시장이 전례 없는 대혼란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을 제외한 대다수 국가의 경기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유가는 바닥을 모른 채 추락 중이고 스위스 중앙은행의 갑작스런 환율 하한선 폐기로 글로벌 외환시장마저 크게 출렁거리는 모습이다. 경기 전망 자체가 불투명한 와중에 원자재와 외환시장에 큰 충격이 가해지자 거의 모든 시장이 동시다발적으로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비선형적, 비정형적 혼란과 탈동조화다. 주요 경제변수들이 기존 원칙에서 벗어나 예측이 어려운 돌발적 방향으로 움직인다. 뿐만 아니라 주가 등의 움직임도 국가마다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이는게 요즘 추세다. 그 결과 여느 때보다 변동성과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지난 주말 스위스발 악재로 휘청거린 외환시장만 봐도 그렇다. 스위스 프랑이 급등하고 유로화가 급락하면서 원·달러 환율(달러 가치)도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지난 금요일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장 초반부터 달러가 급락하더니 결국 전일보다 6원이나 떨어진 달러당 1077원30전에 장을 마감했다.

주식시장 움직임도 제각각이다. 지난 주말 미국과 유럽 주요국 주가는 올랐지만 아시아 증시는 대체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코스피지수도 1.36%나 급락했다. 질서 있게 하락하거나 올라가는 선형적 동조화가 깨진 것이다. 안전자산 선호 때문이라지만 대표적 선진 증시인 닛케이지수가 1.43%나 내린 것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원자재 시장도 갈피를 잡기 힘들다. 전통적으로 저유가는 성장에 호재였지만 최근 유가 급락은 오히려 부정적 측면이 더 부각된다. 원자재 중 원유와 구리값은 급락하는 반면 금값이 4개월 만에 최고치로 오른 것도 종전과는 다른 움직임이다.

글로벌 시장은 양적 완화를 결정할 22일 유럽중앙은행 통화정책회의, 25일 그리스 총선, 하반기 미국 금리인상 등 굵직굵직한 이벤트를 앞두고 있다. 시장이 롤러코스터를 탈 가능성도 그만큼 크다. 시장이 카오스적 상황인 만큼 “국내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앵무새 같은 말만 되풀이할 수는 없다. 비상한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