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이슈] 노동조합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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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대한민국 1천900만 직장인들이 자신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만든 조직이 바로 ‘노동조합’이죠. 그런데 이 노동조합이 우리 경제와 사회에 정말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우리 사회에 혼란만 야기하는 집단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오늘은 노동조합의 허와 실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앵커> 국민들의 머릿속에 노동조합이란 어떻게 인식되고 있을까 싶네요. 보통 노조 하면 파업하는 장면이 먼저 떠오르잖아요. 아무래도 부정적인 인식이 좀 강할 것 같은데요.
<기자> 맞습니다. 우리가 언론보도를 통해 자주 접하게 되는 노동조합의 파업 소식을 보면, 주로 대기업들이 나오죠. 이렇다보니 국민들은 고액연봉을 받으면서도 더 많은 임금을 요구하는, 이른바 ‘귀족노조’다 라는 비판의식을 갖게 되는 듯합니다.
그런데 사실 노동조합은 근로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존재합니다. 언론에 나오는 대기업들이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의 90%를 차지하는 나머지 중소중견기업의 근로자들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강소기업들이 아닌 이상 대기업만큼 좋은 처우를 받지 못하는 것 당연할텐데, 때문에 직원들이 함께 뭉쳐서 기업에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고, 또 집단의 힘을 빌어서 직원 개개인들이 피해를 받지 않도록 지키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것이 노동조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노동조합이 근로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준다는 객관적인 근거가 있나요?
<기자> 직장인들 모두가 공통적으로 바라는 것이 있죠. 그건 바로 더 많이 버는 겁니다. 직장인들이 노조에 가입하면 임금이 평균 10% 이상 인상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 KDI의 유경준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중앙대 강창희 교수가 함께 내놓은 연구논문입니다. 논문에 따르면 직원수가 100명이 넘는 기업의 경우 노조를 설립했을 때가 그렇지 않을 때보다 평균임금이 최소 2.1%에서 최대 12.1% 더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앵커>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일하는 시간에 비해서 임금수준이 열악하다는 지적들이 많았는데, 근로자 입장에서는 노동조합을 설립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점을 알수 있는데요. 그렇지만 노동조합을 설립하는 게 기업한테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죠. 일부 대기업들을 보면 노조 파업이 길어지면서 실적이 악화되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나요.
<기자> 맞습니다. 노동조합이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발목을 잡는 모습도 종종 목격되곤 합니다. 이번 논문에서는 노조설립이 기업의 생산성이나 수익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조사를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노동조합이 생긴다고 해서 기업의 생산성이 일방적으로 나빠지거나 좋아지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노조가 생겨 임금이 올라가게 되면 기업들은 한사람을 뽑더라도 더 우수한 인재를 뽑기 위해 노력하게 되고 우수한 인재는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게 됩니다. 또 노조가 기업을 상대로 직원들의 고충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하고, 기업이 이를 수용하면서 생산성이 향상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예상할 수 있는데요. 노조가 반대로 경영진이 의사결정을 하는 데 지나치게 제약을 가한다든지, 불필요한 인력을 많이 채용하게 한다든지 안좋은 쪽으로 영향을 미친다면 기업의 생산성과 수익성은 악화될 겁니다.
<앵커> 노동조합이 일단 근로자들에게는 월급을 올려준다는 것이 분명하고, 기업들에게는 잘쓰면 득이 되지만 못쓰면 독이 된다는 얘기네요. 잘나가는 기업 CEO들이 가장 먼저 노동조합과 친분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최근 내수 소비가 침체돼 있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어떻게 보면 막힌 우리 경제 활로를 뚫는 데 노동조합이 중요한 열쇠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우리 근로자들이 노동조합에 많이 가입하면 할수록 소득이 늘어날테고, 그렇게 되면 소비도 자연히 늘어나게 될테니까요.
<기자>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탓인지 노조 조직률과 가입자는 상당히 절망적입니다. 지난 2013년 기준 우리나라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10.3%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 10명가운데 노조에 가입한 사람이 단 1명뿐이라는 얘기입니다. 노조 조직률은 역대 단 한번도 10%초반수준을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의 노조조직률은 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28위입니다. 독일과 일본이 20%대 수준이고, 영국은 30%대, 복지가 잘 돼 있는 스웨덴은 70%에 달합니다.
<앵커> 근로자들이 노조 가입을 꺼려하는 것인가요? 아니면 못하는 건가요? 이유가 궁금하네요.
<기자> 노조조직률이 낮은 이유를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는 자료가 있습니다. 지난해 8월에 있었던 경제활동 인구조사 부가조사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임금근로자 가운데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사람은 18%에 불과했습니다. 근로자 74%는 직장에 노동조합이 아예 없었고, 나머지는 직장에 노동조합이 있어도 가입대상이 아닌 경우였습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직장인 대부분이 노조에 가입하고 싶어도 노조가 없어서 가입을 못하는 겁니다. 뿐만아니라, 노조가 있어서 가입할 수 있는 경우에도 10명가운데 3명은 가입을 하지 않았는데요. 왜일까요? 노조에 가입하면 회사로부터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을 염려한 조치가 아닐까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앵커> 근로자들이 일단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게 하는 것부터가 급선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막상 노조를 설립하면 직장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상대적으로 약자인 우리 근로자들이 쉽게 나서지 못하겠죠.
<기자>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중이 상당히 많습니다. 근로자 세명가운데 한명이 비정규직인데 이들 비정규직은 정규직처럼 고용계약이 계속 유지되는 게 아니어서 괜히 밉보였다간 언제 길거리에 나앉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웬만해서는 노조를 조직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얘기입니다.
<앵커> 얼마전 노동조합 문제에 주목했던 영화 ‘카트’가 개봉했었죠.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하는데, 결국에는 노조를 세우고 파업을 주도했던 근로자들이 직장을 잃거나 형살이를 하게 됐어요. 근로자들이 자신들을 지킬 정당한 권리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기자> 때문에 최근 근로자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도록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해서도 노동조합의 강화가 절실한데요. 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한 해고 요건을 완화해서 성과와 능력에 따라 비정규직도 정규직 채용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하자는게 최근 논의의 흐름이죠. 노동계는 이렇게 정규직 해고요건을 완화하기에 앞서서 전제되어야 할 것이 해고되더라도 근로자가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 안전망을 확보하는 일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직원을 해고시키기에 앞서, 고용을 유지하려고 정말 최대한 할 수 있는 조치를 했는지 잘 감시하고 따져 물어야만 근로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일터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앵커> 반면 노조 역시, 개인의 이익에 지나치게 치우쳐서 회사 운영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집단 이기주의로 변질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건 특히 일부 대기업들이 참고해야 할 것 같아요.
이근형기자 lgh04@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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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민들의 머릿속에 노동조합이란 어떻게 인식되고 있을까 싶네요. 보통 노조 하면 파업하는 장면이 먼저 떠오르잖아요. 아무래도 부정적인 인식이 좀 강할 것 같은데요.
<기자> 맞습니다. 우리가 언론보도를 통해 자주 접하게 되는 노동조합의 파업 소식을 보면, 주로 대기업들이 나오죠. 이렇다보니 국민들은 고액연봉을 받으면서도 더 많은 임금을 요구하는, 이른바 ‘귀족노조’다 라는 비판의식을 갖게 되는 듯합니다.
그런데 사실 노동조합은 근로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존재합니다. 언론에 나오는 대기업들이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의 90%를 차지하는 나머지 중소중견기업의 근로자들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강소기업들이 아닌 이상 대기업만큼 좋은 처우를 받지 못하는 것 당연할텐데, 때문에 직원들이 함께 뭉쳐서 기업에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고, 또 집단의 힘을 빌어서 직원 개개인들이 피해를 받지 않도록 지키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것이 노동조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노동조합이 근로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준다는 객관적인 근거가 있나요?
<기자> 직장인들 모두가 공통적으로 바라는 것이 있죠. 그건 바로 더 많이 버는 겁니다. 직장인들이 노조에 가입하면 임금이 평균 10% 이상 인상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 KDI의 유경준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중앙대 강창희 교수가 함께 내놓은 연구논문입니다. 논문에 따르면 직원수가 100명이 넘는 기업의 경우 노조를 설립했을 때가 그렇지 않을 때보다 평균임금이 최소 2.1%에서 최대 12.1% 더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앵커>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일하는 시간에 비해서 임금수준이 열악하다는 지적들이 많았는데, 근로자 입장에서는 노동조합을 설립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점을 알수 있는데요. 그렇지만 노동조합을 설립하는 게 기업한테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죠. 일부 대기업들을 보면 노조 파업이 길어지면서 실적이 악화되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나요.
<기자> 맞습니다. 노동조합이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발목을 잡는 모습도 종종 목격되곤 합니다. 이번 논문에서는 노조설립이 기업의 생산성이나 수익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조사를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노동조합이 생긴다고 해서 기업의 생산성이 일방적으로 나빠지거나 좋아지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노조가 생겨 임금이 올라가게 되면 기업들은 한사람을 뽑더라도 더 우수한 인재를 뽑기 위해 노력하게 되고 우수한 인재는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게 됩니다. 또 노조가 기업을 상대로 직원들의 고충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하고, 기업이 이를 수용하면서 생산성이 향상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예상할 수 있는데요. 노조가 반대로 경영진이 의사결정을 하는 데 지나치게 제약을 가한다든지, 불필요한 인력을 많이 채용하게 한다든지 안좋은 쪽으로 영향을 미친다면 기업의 생산성과 수익성은 악화될 겁니다.
<앵커> 노동조합이 일단 근로자들에게는 월급을 올려준다는 것이 분명하고, 기업들에게는 잘쓰면 득이 되지만 못쓰면 독이 된다는 얘기네요. 잘나가는 기업 CEO들이 가장 먼저 노동조합과 친분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최근 내수 소비가 침체돼 있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어떻게 보면 막힌 우리 경제 활로를 뚫는 데 노동조합이 중요한 열쇠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우리 근로자들이 노동조합에 많이 가입하면 할수록 소득이 늘어날테고, 그렇게 되면 소비도 자연히 늘어나게 될테니까요.
<기자>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탓인지 노조 조직률과 가입자는 상당히 절망적입니다. 지난 2013년 기준 우리나라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10.3%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 10명가운데 노조에 가입한 사람이 단 1명뿐이라는 얘기입니다. 노조 조직률은 역대 단 한번도 10%초반수준을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의 노조조직률은 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28위입니다. 독일과 일본이 20%대 수준이고, 영국은 30%대, 복지가 잘 돼 있는 스웨덴은 70%에 달합니다.
<앵커> 근로자들이 노조 가입을 꺼려하는 것인가요? 아니면 못하는 건가요? 이유가 궁금하네요.
<기자> 노조조직률이 낮은 이유를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는 자료가 있습니다. 지난해 8월에 있었던 경제활동 인구조사 부가조사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임금근로자 가운데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사람은 18%에 불과했습니다. 근로자 74%는 직장에 노동조합이 아예 없었고, 나머지는 직장에 노동조합이 있어도 가입대상이 아닌 경우였습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직장인 대부분이 노조에 가입하고 싶어도 노조가 없어서 가입을 못하는 겁니다. 뿐만아니라, 노조가 있어서 가입할 수 있는 경우에도 10명가운데 3명은 가입을 하지 않았는데요. 왜일까요? 노조에 가입하면 회사로부터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을 염려한 조치가 아닐까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앵커> 근로자들이 일단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게 하는 것부터가 급선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막상 노조를 설립하면 직장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상대적으로 약자인 우리 근로자들이 쉽게 나서지 못하겠죠.
<기자>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중이 상당히 많습니다. 근로자 세명가운데 한명이 비정규직인데 이들 비정규직은 정규직처럼 고용계약이 계속 유지되는 게 아니어서 괜히 밉보였다간 언제 길거리에 나앉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웬만해서는 노조를 조직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얘기입니다.
<앵커> 얼마전 노동조합 문제에 주목했던 영화 ‘카트’가 개봉했었죠.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하는데, 결국에는 노조를 세우고 파업을 주도했던 근로자들이 직장을 잃거나 형살이를 하게 됐어요. 근로자들이 자신들을 지킬 정당한 권리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기자> 때문에 최근 근로자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도록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해서도 노동조합의 강화가 절실한데요. 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한 해고 요건을 완화해서 성과와 능력에 따라 비정규직도 정규직 채용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하자는게 최근 논의의 흐름이죠. 노동계는 이렇게 정규직 해고요건을 완화하기에 앞서서 전제되어야 할 것이 해고되더라도 근로자가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 안전망을 확보하는 일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직원을 해고시키기에 앞서, 고용을 유지하려고 정말 최대한 할 수 있는 조치를 했는지 잘 감시하고 따져 물어야만 근로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일터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앵커> 반면 노조 역시, 개인의 이익에 지나치게 치우쳐서 회사 운영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집단 이기주의로 변질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건 특히 일부 대기업들이 참고해야 할 것 같아요.
이근형기자 lgh04@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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