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또 급락…정유 '비명' 항공 '날개'
유가 급락이 증권시장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를 덧칠했다. 국제 유가 하락 소식에 13일 코스피지수는 3.81포인트 떨어진 1917.14에 마감했다. 지난달 배럴당 60달러대로 떨어졌던 두바이유 가격은 최근 45달러까지 내려앉으며 시장 분위기를 위축시키고 있다. 유가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정유주와 항공주의 등락은 계속 엇갈리고 있다. 한편에선 유가가 더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기대로 관련 파생상품이나 랩(Wrap)에 대한 역발상 투자 움직임도 활발하다.

◆정유 vs 항공, 엇갈린 주가

SK이노베이션은 이날 2.3%(2000원) 내린 8만2500원에 장을 마쳤다. 에쓰오일(4만8600원)도 0.5% 하락세를 나타냈다. 전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장중 한때 배럴당 46달러 선이 깨지면서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하락한 영향이다. 한승재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유가 하락으로 인한 에쓰오일과 SK이노베이션의 4분기 재고평가 손실 규모는 각각 -3531억원과 -6725억원에 달한다”며 “대규모 영업적자도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원가 부담이 줄어드는 항공주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각각 1.0%, 4.0% 올랐다. 유가 하락이 본격화한 작년 10월 말 대비 각각 20%, 86% 오른 수준이다. 저가 항공사인 진에어와 제주항공을 자회사로 둔 한진칼과 AK홀딩스도 작년 10월 말 대비 각각 13%, 23% 상승했다.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 해운업체도 유가 하락으로 운영비가 줄어들 전망이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저유가 혜택을 볼 수 있는 항공, 해운, 여행주 중심으로 대응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며 “저유가가 안정화되면 수출 증가 및 소비심리 회복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바닥’ 인식, 연계 상품 관심

더 큰 하락은 없을 것이란 기대에 유가 연계 상품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다. 미래에셋TIGER원유선물상장지수펀드(ETF)는 지난 12일 기준 설정액이 1360억원에 달했다. 한 달 전보다 여섯 배 가까이 증가했다. 3개월 전만 해도 하루 1만주도 안 되던 거래량이 최근 1주일 평균 100만주를 웃돌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ETF본부의 윤주영 상무는 “원유 가격 반등 기대심리가 거래량 증가를 이끄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사들도 원유 ETF랩과 파생결합증권(DLS)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WTI 가격 연계 미국 ETF에 투자하는 ‘신한명품 분할매수형 ETF랩 3.0(원유)’을 모집 중이다. 최근 5년 WTI 평균가의 70% 수준인 배럴당 65달러 이하에서 분할 매수한다. 김종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WTI 거래 가격이 대부분의 국가에서 원유 생산 원가 이하로 진입해 추가 하락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 발행도 늘고 있다. 배럴당 100달러 안팎일 때 발행된 원유 DLS는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현재 유가가 절반 이하로 떨어진 시점이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 1800호DLS(녹인 45%)’는 6개월마다 돌아오는 조기상환일에 WTI 가격이 기준가격보다 85% 이상 높으면 연 6%의 수익을 제공한다. ‘현대에이블 DLS 220호’는 WTI와 브렌트유를 기초자산으로 한다. 3개월마다 기준가의 100% 이상이거나 1년 후 만기평가일에 기초자산의 평가가격이 기준가의 55% 이상이면 연 6.6%를 받을 수 있다.

윤정현/안상미/허란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