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악재로 얼어붙은 주식시장의 투자심리가 녹아내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街)에서 증시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잇따라 포착되고 있어서다.

증시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어두웠던 4분기 실적시즌의 분위기 반전을 이끌어 내고 있다"면서 "외국인 수급에서도 긍정적인 모습이 보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기술적인 반등 가능성이 높은 낙폭 과대주(株)가 상당하다는 점과 올 1분기가 유가 바닥일 경우 정유·화학업종부터 업황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전망이다.

◆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이끌어 낸 '반전 분위기'

12일 유안타증권 조병현 마켓 애널리스트는 "지난주 국내 실적 시즌의 개막을 알리는 삼성전자의 4분기 가이던스(잠정치) 발표가 기존 예상치를 웃돌면서 대형주들의 향후 성장성에 대한 우려를 줄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대차도 지난 주 4년 동안 약 8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았는데 이 발표가 지난 4분기와 올 1분기 실적 자체에 대한 관심을 제고시켜 줄 수 있을 것"이라며 "두 대형주가 실적 시즌을 앞두고 성장성 및 외적인 부담을 크게 줄여놨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시가총액(주식을 시가로 표시한 금액)은 전체 증시의 20% 수준. 따라서 국내 시총 순위 1, 2위 종목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삼성전자와 현대차 이슈로 인해 시점 상 시장의 분위기가 이전보다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주목할 필요가 있는 사안이고, 역으로 생각한다면 성장성 회복에 대한 고민이 국내 증시를 얼마나 짓눌러 왔는지 대변해 주는 대목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4분기 실적시즌의 시작은 일단 긍정적이란 평가다. 만약 실적 부진의 바닥이 지나가고 있다는 확신이 형성될 수 있다면 갈수록 올 1분기 실적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높아질 것이란 얘기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도 "삼성전자의 실적 서프라이즈에 힘입어 당분간 대형주를 바라보는 투자심리 개선이 지속될 수 있다"며 "여기에 환율 효과가 가시화될 경우 대형주와 수출주의 반등 시도로 연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긍정적인 스토리를 찾아서…유가가 1분기에 바닥이라면?

KDB대우증권 한요섭 투자전략팀 연구원은 유가의 바닥을 예측해 긍정적인 증시 스토리를 찾아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펀더멘털(기초체력)로는 유가 바닥을 예측하기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표적인 글로벌 안전자산인 금과 원유 간 교환가치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금값과 유가에는 글로벌 정치, 사회, 경제, 전쟁, 기술발전 등 다양한 변수들이 투영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과 원유간 역사적 교화가치와 현 상황을 고려하면 유가는 1분기 내 40달러 내외에서 저점 형성이 예상된다"며 "이후 하반기엔 70~80달러 수준까지 반등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하반기 반등 이유로는 수익성에 타격을 입고 있는 주요 원유 생산업체들의 공급 감소와 2분기 이후 가격 하락 및 계절적 성수기에 따른 원유 수요 개선이 기대 등이 꼽혔다.

한 연구원은 따라서 "정유·화학업종 주가는 1분기 중에 반등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유가 급락으로 어려워진 시장의 패닉에 동참하기보다 정유·화학 업종 비중확대 타이밍을 고민해 볼 시기"라고 조언했다.

IBK투자증권은 국내 증시의 수급 안에서 긍정적인 모습을 강조했다.

이 증권사 김정현 마켓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12월 이후 외국인의 매도세는 국제유가 급락과 그리스 우려 등 대외 악재 영향 탓"이라며 "국제유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은 낮아 보이는데다 그리스 우려도 차츰 완화될 것으로 보여 수급상 반전 분위기는 마련됐다"고 판단했다.

외국인 순매도는 신흥시장 전반에 대한 위험 관리 차원의 매도 성격이 짙다는 게 김 애널리스트의 시각이다. 그는 특히 "한국펀드로는 자금이 유입되는 등 긍정적이 모습이 포착되고 있어 주목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2014년 11월 둘째주 이후 신흥시장 펀드로는 8주 연속 자금이 유출되며 188억 달러 이상의 자금이 빠져나간 반면에 같은 기간 한국 펀드로는 자금이 순유입됐다는 것. 지난해 9월 이후 신흥시장 펀드에서 자금유출이 지속되고 있는데 반해 한국 펀드로는 순유입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악재로 신흥시장 전반에 대한 위험관리에 나서면서도 상대적으로 국내 증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 증시 반등 기다린다면…"기술적 반등 기대 낙폭 과대주부터"

유가 급락이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고, 코스피(KOSPI)도 안정을 찾고 있는 상황이라서 반등 흐름을 겨냥해 많이 빠진 종목부터 찾아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NH투자증권 하재석 연구원은 "코스피가 반등하기 시작하면 당연히 많이 빠진 종목부터 탄력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OCI, 한화케미칼, 롯데제과, 에스원 등을 낙폭 과대 추천주로 제시했다.

이들 종목은 코스피200 구성 종목 중 상위 100개 종목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많이 떨어진 30개 종목과 1개월 동안 하락률이 컸던 30개 종목 등 두 조건에 모두 포함되는 종목 19개 중 과매도 영역에 가장 가깝다는 것.

하 연구원은 "코스피200 구성 종목 가운데 상위 100종목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을 계산했는데 10% 이상 내린 종목 수만 28곳에 달했다"면서 "반면 10% 이상 오른 곳은 4종목에 불과했으며 유가 하락과 관련이 있는 곳들의 낙폭이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낙폭 과대주로는 현대중공업, LG화학, 대림산업, 아모레G, 한전기술, 삼성중공업, 대우건설, 삼성카드, 현대건설, 제일기획, 롯데쇼핑, 신세계, BS금융지주, 삼성물산, LS 등이 꼽혔다.

◆ 1900선 위에서 주식을 '매수'해야 하는 이유들

지난주 공포심리의 정점을 통과하면서 코스피지수가 바닥 지지력을 확인했다는 분석이 많다. 장중 한때 1870선까지 밀렸던 코스피가 주 후반인 8일 이후 급반등세를 보이면서 단숨에 1920선까지 회복했기 때문.

전문가들은 "코스피의 급락 이후 급반등은 공포심리가 정점을 지났고 악재에 대한 내성을 가졌다는 점 그리고 시장이 호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데다 실적 안도감이 대형주에 대한 투자심리까지 돌려세우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신증권 성연주 마켓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실적 서프라이즈에 힘입어 대형주 투자심리 개선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는 여건"이라며 "원화 강세가 한몫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대형 수출주 실적에 긍정적이 시각이 형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3분기 평균 1027원에서 1086원으로 상승. 그간 엔화가 수출주의 발목을 잡아왔지만, 삼성전자 실적을 계기로 수출주 전반에 환율 효과가 긍정적인 영향을 줬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성 애널리스트는 또 "유럽에 이어 중국의 경기부양, 양적완화 기대감이 투자심리를 빠르게 되돌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통상 정책 기대감은 다양한 악재들에 대한 내성을 높이는데 이번주에는 중국의 차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내수 경기를 살리려는 의지에 따라 춘절 전 추가 통화완화 정책 시행 가능성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옵션만기(8일)를 지나면서 1월 수급상 전환점을 통과, 수급 개선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 성 애널리스트는 "외국인의 경우 옵션만기일 이후 순매수로 전환됐으며 금융투자의 매도세가 여전하지만 국내 기관의 수급도 개선될 여지가 크다"며 "무엇보다 지난 주말 연기금의 강력한 매수가 유입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증권 배성영 투자전략팀장도 "1900선 부근에서 저가 매수 관점은 유효하다"며 "정보기술(IT)과 자동차의 힘이 강해지고 있는데다 유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에너지, 소재, 산업재의 하락이 과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추가적인 불안요인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역발상 측면에서는 위기 요인이 이미 충분히 주가에 반영됐다고 본다"면서 "실적발표를 전후로 주가의 궤적은 추가 하락보다 반격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