兄 해임 직후 일본 간 신동빈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0)이 일본 롯데의 사업 현황을 점검하기 위해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달 들어서만 세 번째 일본 방문이다.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61)의 해임을 전후해 일본 방문이 잦아져 신 회장이 일본 롯데 경영까지 총괄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해석이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

12일 한·일 재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지난 10일 오전 일본으로 출국해 도쿄에 머물고 있다. 12일은 일본 ‘성인의 날’ 휴일이어서 이날 신 회장은 공식 일정 없이 휴식을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13일엔 도쿄 신주쿠에 있는 일본 롯데 본사로 나가 신 전 부회장 해임 이후의 경영 상황을 보고받고 한국으로 돌아올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의 이번 방일은 신 전 부회장이 지난달 일본 롯데 세 개 계열사 임원직에 이어 지난 8일 일본 롯데 지주회사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서도 해임된 뒤 이뤄진 것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롯데 측은 “신 전 부회장 해임과는 무관하게 예정돼 있던 일본 방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재계에서는 일본 롯데에서 신 회장의 입지가 강화되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한국 롯데에 이어 일본 롯데까지 신 회장이 총괄하는 방향으로 후계 구도가 짜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은 2011년 함께 일본 롯데 부회장 직책에 올랐다. 그러나 최근 신 전 부회장이 해임돼 신 회장만이 일본 롯데 부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은 한 달에 2~3회는 일본에 다녀간다”며 “이달 들어 방문이 잦아져 벌써 세 번째 왔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신 회장이 이미 2년 전부터 일본 롯데 경영에 깊이 관여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국 롯데는 동생, 일본 롯데는 형’이 책임지면서 서로 개입하지 않고 있다는 롯데 측의 공식 설명과 다른 내용이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일본 롯데에서 직접 업무를 보고받고 챙겨 왔다”며 “신 회장이 일본 사업까지 맡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문경영인인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이 당분간 롯데홀딩스를 맡겠지만 이 체제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신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에서 해임된 다음날인 9일 한국에 들어왔다가 12일 다시 일본으로 출국했다. 그는 할머니 제사를 지내고 11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가족모임에 참석했다. 신 회장은 10일 출국해 이 모임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유승호 기자/도쿄=서정환 특파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