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6일 현대자동차 노조가 제기한 통상임금 1심 판결을 앞두고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번 소송 결과는 일단 현대차에만 해당하는 것이지만 파장을 가늠하기 힘들어서다.

당장 현대차가 패소하면 기아자동차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비슷한 소송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현대차 노조가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최대 사업장이란 점에서 자동차업계 및 다른 업종 전체로 번질 수 있다”(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에서는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직후 수백건의 통상임금 소송이 제기된 데 버금가는 ‘2차 소송 후폭풍’이 몰아칠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최대 13조원짜리 통상임금 소송

현대차 노조원 23명은 지난해 3월 정기상여금·휴가비 등 6개 항목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를 가려 달라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대표소송을 제기했다. 1심 판결의 최대 쟁점은 △매년 지급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느냐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면 3년치(임금채권 소멸 시효) 미지급분을 소급해줘야 하느냐 여부다. 양측의 주장은 엇갈린다.

현대차는 상여금 지급 시행 세칙에 ‘15일 미만 근무자에겐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만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제시한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반면 노조는 상여금 지급 시행 세칙에 상여금을 일할(日割) 지급한다고 규정해 ‘고정성’ 요건을 갖췄다고 반박한다.

3년치를 소급 지급해야 하느냐를 다투는 ‘신의칙’ 적용에 대해서도 주장이 갈린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정기상여금에 한해 3년치를 소급 지급할 경우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면 소급 지급 청구를 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경총에 따르면 만약 1심 법원이 노조의 손을 들어주고 최종심까지 같은 결론을 내리면 소송을 낸 23명의 현대차 노조원은 1인당 8000만원을 받게 된다. 문제는 이번 소송이 대표소송이어서 현대차는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4만7000여명의 다른 노조원에게도 8000만원씩을 일시 지급해야 한다는 데 있다. 이 경우 지급 총액은 5조3000억원에 달한다.

또 현대차 소송 결과에 따라 기아차(노조원 3만4000명) 등 다른 계열사 노조가 소송을 내 승소할 경우 현대차그룹이 부담해야 할 금액은 13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여기에 더해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이 들어가면서 늘어날 각종 수당 등을 고려할 때 내년 이후 현대차는 1조원, 그룹 전체적으로는 2조5000억원의 추가 인건비 부담이 생긴다.

“협력사 연쇄 도산 맞을 수도”

현대차 안팎에서는 이번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후폭풍이 엄청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최근 산업연구원이 현대차 통상임금 소송 결과를 시뮬레이션해 본 결과는 충격적이다. 산업연구원은 현대차가 패소하면 현대차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8%대에서 확정판결이 나온 첫해 3.2%로 급추락하고, 그 이후부터 6%대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했다. 기아차 노조가 비슷한 소송을 낼 경우 6%대인 기아차 영업이익률도 4%대로 하락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런 파장은 현대·기아차에만 국한돼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더 큰 문제다. 현대·기아차의 영업이익률이 급락하면 국내 투자와 생산량을 줄일 수밖에 없고 그 여파로 협력사들의 수익성도 악화될 것이라는 게 산업연구원 분석이다. 이번 시뮬레이션을 총괄한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통상임금 패소시 현대·기아차의 1차 협력업체 영업이익률은 현재 평균 3%에서 1.3%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기아차의 1차 협력업체는 500여곳, 이들 협력업체의 영업이익 합계는 1조2000억원이다. 영업이익률이 3%에서 1.3%로 떨어지면 이익 규모는 5200억원으로 줄어든다.

이 연구위원은 “현재 현대·기아차 1차 협력업체들은 1년에 연구개발(R&D)에 1조원씩을 투자하는데 영업이익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면 적어도 5년간은 R&D 투자를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1차 협력업체들의 경영난은 4000개에 달하는 2·3차 협력업체에 ‘도산 도미노’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강현우/이태명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