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도 상가 면적만 축구장 20배 넘어
◆광화문·종각역에 지하연결통로 조성
서울시와 종로구는 “지난해 2월 착공한 지하철 1호선 종각역과 5호선 광화문역 지하연결통로 공사가 연말에 완공될 예정”이라고 11일 밝혔다. 광화문역과 종각역 사이에 위치한 청진동 도시환경정비사업 지역에는 먹거리 골목과 피맛골 등이 철거되고, 업무용 건물이 밀집한 빌딩촌이 조성되고 있다.
지하연결통로가 완성되면 광화문역과 교보문고를 지나 르메이에르빌딩 앞에 조성되는 중앙공원까지 지하로 걸어다닐 수 있다. 중앙공원에선 다시 종각역까지 지하로 연결된다. 또 교보문고에서 KT 사옥을 지나 종로구청까지도 지하연결통로가 생긴다. 이렇게 되면 시민들은 광화문역과 종각역 사이를 지하로 이동해 환승할 수 있게 된다.
시와 종로구는 2008년부터 지역상권 활성화 및 보행 편의를 위해 이 구간에 지하연결통로를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567억원의 막대한 사업비가 드는 데다 지상 상가의 반대로 사업이 지지부진하다가 6년 만인 지난해 2월 가까스로 착공했다. 사업비는 청진동 지구 5개 민간사업자가 공공기여 형식으로 부담했다.
지하연결통로 조성으로 인근 지하상권 조성도 탄력받을 전망이다. 종로구는 광화문 일대에 교보문고,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 등 대형서점이 많은 점을 이용해 지하연결통로에 ‘북 스트리트(book street)’ 등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하철역 중심으로 지하도시 건설
서울시와 강남구는 삼성동 아셈로 지하공간 상권 조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는 또 세종대로 지하공간과 지하철 1·2호선 시청역, 서울시 신청사 등을 잇는 지하연결통로를 2017년까지 조성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을지로, 종로, 강남, 영등포 등지에 조성된 서울의 지하도상가는 14만6645㎡에 달한다. 국제 규격 축구장 면적(7140㎡)의 20배가 넘는다. 서울 302개 지하철역 및 민간 건물까지 포함하면 전체 지하상권 면적은 30만㎡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하상권 규모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당초 시는 오세훈 시장 재직 시절인 2009년 여의도 면적에 버금가는 지하도시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캐나다 몬트리올의 ‘언더그라운드시티’를 벤치마킹해 주거시설과 상업시설이 들어서는 지하도시를 만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이 계획은 사실상 백지화됐다. 지하도시 건설에 막대한 예산이 드는 데다 지하 40m 이하에 건물을 세울 경우 안전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시는 주요 지하철역을 연계해 각종 상업시설과 보행로가 들어서는 지하연결통로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꿨다. 류훈 도시계획국장은 “시민의 보행 편의 등을 위해 향후 본격적으로 지하연결통로를 건설하겠다는 취지로, 오 전 시장 때 세운 지하도시와는 개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하루 수십만 명의 유동인구가 오가는 주요 지하철역에 지하연결통로를 조성해 대규모 상가가 입점하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