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정 삼성증권 기업금융(IB) 본부장(사진)의 요즘 관심사는 ‘예비발전설비 용량’이다. 전력 공급과 수요의 차이인 이 수치가 커질수록 사업 기회도 많아지는 까닭이다. 이 수치는 최근 정부가 계획한 수치의 4배인 15.9기가와트(GWh)로 뛰어올랐다. 대기업들이 앞다퉈 민간발전소를 건설한 결과다.
신 본부장은 “구조조정과 합종연횡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정부의 난방요금 인상 억제정책으로 이미 이익률이 크게 떨어진 집단에너지사업에서 특히 매물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집단에너지사업이란 열병합발전소 등에서 생산되는 열과 전기를 인근 주거지역이나 공단에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신 본부장은 “발전사업은 안정적인 고수익을 장기적으로 보장해주는 사업이란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24일 SK그룹의 에너지 자회사인 SK E&S의 발전소 세 곳을 하나대투증권 펀드에 매각했다. 거래금액이 1조1300억원(부채 6470억원 포함)으로 국내 에너지 관련 M&A 사상 최대 규모다. 국내 에너지사업 M&A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에너지 관련 M&A는 국내 증권사들이 가장 취약한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대다수 외국계 금융사가 독점하다시피 해왔다. 2012년까지 국내 발전사업을 독점해온 한국전력이 자회사 지분 매각 등 몇 안 되는 거래를 맥쿼리ING 같은 외국계 금융회사들에만 줬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이런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0년 동서발전이 일본 마루베니가 보유한 미국 내 4개 신재생발전소 인수를 자문한 것을 시작으로 STX에너지 인수전(SK E&S 자문), 동양파워 동부발전당진 인수전(삼탄 자문) 등 대형 발전소 M&A에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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