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주식시장 가운데 중국이 가장 긍정적"
킴 도 베어링자산운용아시아 멀티에셋부문 대표는 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중국 중앙은행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돈을 풀 것”이라며 “중국 경제는 바닥을 찍고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투자자들은 그동안 중국 본토 주식을 포트폴리오에서 많이 줄여 놓았기 때문에 매수 여력이 충분하다”며 “아시아 주식시장 중 중국이 가장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도 대표는 1996년 베어링자산운용아시아에 입사해 아시아태평양 특별투자팀 대표를 거쳐 현재 아시아지역 포트폴리오 구성과 운용을 책임지고 있다. 베어링자산운용 입사 전엔 씨티글로벌자산운용 호주법인과 뱅커스트러스트 호주 등에서 근무한 35년 경력의 아시아태평양지역 투자 전문가다.

◆중국A주 PER 13배 불과

중국 상하이A지수는 작년 4분기 이후 50% 정도 급등했다. 그러나 “과열이 아니다”란 게 도 대표의 분석이다. 그는 “현재 상하이A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2~13배로 2007년 60배에 거래됐던 것을 감안하면 아직 저평가돼 있다”며 “중국 현지인들이 과거만큼 부동산에 투자하지 않고 주식에 직접 투자하고 있는 분위기여서 수급 측면에서도 나쁘지 않다”고 설명했다.

도 대표는 중국 위안화 표시 채권도 연 5~6% 정도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라며 한국 투자자에게 추천했다. 원화는 약세를 보이겠지만 위안화는 현재 가치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에서다. 원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위안화 채권 투자자들은 차익을 실현할 때 돌려받는 원화가 많아진다. 그는 “아시아 채권 수익률은 이자수익보다 통화가치가 중요하다”며 “달러 강세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원화와 달리 위안화는 중국 무역수지 흑자와 정부의 환율 조정으로 약세를 보이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10년 만기 중국 위안화 채권의 금리 3%에 환차익 2~3%를 더하면 총 5~6%의 연 수익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며 “합리적인 투자처”라고 했다.

◆유가 하락은 아시아 주식에 ‘호재’

최근 진행 중인 유가 하락은 아시아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게 그의 견해다. 이에 따라 인도와 아세안 국가들(원유 수출국인 말레이시아 제외)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점쳤다. 도 대표는 “유가 하락으로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원유를 수입하는 아세안 국가들은 소비력이 커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이들 국가의 은행, 유틸리티, 소비재, 통신업종이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가 하락으로 최근 아시아 주식시장이 급락세를 보이는 데 대해선 “유가 하락을 디플레이션의 전조로 여기는 투자자들 때문에 글로벌 주식시장도 동반 하락하고 있지만 이는 잘못된 해석”이라며 “향후 2년간 배럴당 30달러 수준을 유지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할 경우에도 미국 셰일가스 업체들과 이들에 대출해준 일부 은행이 피해를 입을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미국 금리 인상 영향 크지 않을 것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는 오는 5~6월쯤으로 예상했다. 인상폭은 25bp(1bp=0.01%) 수준을 점쳤다. 도 대표는 이미 아시아 주식시장에 반영돼 있어 금리 인상 시기가 4월로 앞당겨지고 50bp 이상 큰 폭의 인상이 없는 한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미국 주식시장은 금리 인상을 계기로 쉬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도 대표는 “미국은 아시아와 달리 기업 실적보다 주가가 너무 올라 있는 상황”이라며 “돈을 풀 때 올라갔고 풀지 않을 땐 주춤했던 과거 사례를 볼 때 올해 미국 주가는 10% 정도 하락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도 대표는 베어링자산운용의 아시아펀드들이 현재 한국 주식을 시가총액 비중보다 적게 편입하고 있다고 했다. 코스피지수가 1800~2000 박스권을 돌파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8일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예상보다 높게 나온 것은 놀랍지만 엔화 약세가 진정되고 신흥국 경기가 회복되기 전엔 박스권 돌파를 예단하기 어렵다”며 신중한 견해를 나타냈다. 중국 주식시장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는 만큼 한국은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선 “중국A주가 MSCI 신흥국지수에 들어간다고 해도 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이 급격하게 돈을 빼진 않을 것”이라며 “지수에서 아시아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생각만큼 크진 않다”고 설명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배당주 선호 현상에 대해선 “저금리 시대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국과 아시아 지역의 일부 배당주가 많이 올랐다는 것은 유념해야 한다”며 “꾸준한 운용 실적을 내고 있는 전문가 집단, 즉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부동산시장에 대해선 “홍콩, 호주, 싱가포르 지역에 투자하는 리츠를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싸진 않다”고 평가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