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성시경은 지난해 9월 향수 모델로 깜짝 변신했다. 불가리의 남성용 향수 ‘맨인블랙’ 모델로 발탁됐다. 이 향수는 이름에 걸맞게 검은색 병에 담겨져 출시됐다. 조르지오아르마니, 존바바토스도 검은색 병에 담긴 향수를 내놓은 바 있다. 남성용 향수는 이처럼 검은색이나 회색, 흰색 등 무채색 계열의 반투명 병에 담겨 판매되곤 했다. 여성용 향수가 대개 파스텔톤의 투명한 병에 담기는 것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모든 향수의 병 컬러가 사용자의 성별에 따라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여성용 향수 병도 블랙 계열로 종종 나온다.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거나 강도가 높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할 때는 검은색을 채택하기도 한다.

대표주자는 구찌의 수석 디자이너 출신 톰 포드라 할 수 있다. 포드는 2005년 자신의 화장품 브랜드 톰포드뷰티를 선보인 이듬해 여성용 향수 ‘블랙오키드’(50ml·14만원)를 출시했다. 블랙 트러플, 블랙 커런트, 베르가못 등으로 만들었다. 톰포드뷰티를 상징하는 이 제품은 원래 여성용으로 출시했으나 날렵하게 잘 빠진 검은색 용기에 담겨 있고 특정 성별에 국한된 향이 아니라 남성들도 즐겨 사용한다.

톰포드뷰티의 또 다른 ‘블랙 향수’는 ‘누아르 EDP’(50mL·12만원)다. 포드가 직접 모델로 나섰던 제품이다. 남성적이면서도 역동적인 향의 남성용 향수지만 여성들도 종종 사용한다. 블랙 페퍼, 너트맥, 제라늄, 패출리 오일 등으로 만들었다.

톰포드뷰티 관계자는 “블랙은 현대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색상이라 개성 있고 강렬한 향인 경우 검은 병에 담는다”며 “포드가 직접 디자인한 검은 병은 그 자체로도 소장 가치가 있어 소비자들이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명품의 향기] 강렬한 여운…'블랙 향수'의 유혹
조말론도 최근 처음으로 ‘블랙 향수’를 내놨다. ‘코롱인텐스 컬렉션’은 △튜버로즈 안젤리카 △벨벳로즈&오드 △샤프론 △앰버&패출리 △다크 앰버&진저 릴리 △오드&베르가못 등 6종(100mL·23만6000원)이다. 튜버로즈 안젤리카는 관능적인 안젤리카, 따스한 앰버의 향이 어우러진 제품이다. 벨벳 로즈&오드는 다마스크 로즈, 스모키 오드 우드 향이 돋보이는 제품이다.

샤프론은 핑크 페퍼, 앰버&패출리는 제품명 그대로 앰버, 패출리의 향이 매혹적인 편이다. 다크 앰버&진저 릴리는 블랙오키드, 블랙카다멈, 앰버, 진저, 워터릴리를 섞어 만들었다. 오드&베르가못은 중동 지역의 전통 향수로 쓰이는 나무 향과 베르가못 향을 섞었다.

셀린 루 조말론 향수 디렉터는 “검은색 용기에 담아 보다 높은 강도의 향수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며 “중동 지역에서 많이 사랑받은 깊고 진한 성분을 사용해 조향사 크리스틴 나이젤, 마리 살라망주 등이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