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현존기업 40%만 생존할 것"
“파괴하라. 그렇지 않으면 파괴당할 것이다.”

존 체임버스 시스코 회장이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15 현장에서 열린 패널 토론에서 강조한 말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정보기술(IT) 환경에서 자기 자신을 파괴하고 혁신하는 과정 없이는 몰락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체임버스 회장은 “작년 한 해는 이전 5년보다 훨씬 많은 조직 내부 변화가 있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회사의 미래를 위해 지난 6개월간 7000명을 해고하고, 새로운 기술을 가진 6000명의 개발자를 뽑았다”며 “70%의 내부 개발자가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일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체임버스 회장은 시스코가 가장 주목하는 사업 분야로 사물인터넷(IoT)을 지목했다. 그는 “IT산업의 패러다임이 IoT로 전환하고 있다”며 “IoT는 기업 정부 도시는 물론 일상생활 전체를 디지털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든 산업이 IoT 혁명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모든 회사가 IT 기업이 될 것”이라며 “핵심은 변화의 속도며 파트너십을 통해 위험에 노출된 기업의 변화를 돕는 것이 시스코가 하는 일”이라고 했다.

체임버스 회장이 제시한 생존 비법은 역설적이게도 자신을 파괴하는 것이다. 그는 “기업은 자체 혁신을 통해 기존 시장을 무너뜨려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시장에 의해 파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체임버스 회장은 “택시산업을 혁신한 우버와 숙박업계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온 에어비앤비, 서점을 대체한 아마존을 떠올려 보라”며 “이제는 월마트가 생존의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했다. 아무리 수십년간 시장을 지배해 온 대기업이라도 IoT를 중심으로 한 거대한 기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곧바로 도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10년 후에는 현재 기업의 40%만 의미있는 형태로 생존할 것”이라며 “변화는 언제나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생존을 위해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혁신의 구체적 방법론으로 ‘스타트업 배우기’를 제시했다. 그는 “신기술 흐름에 적응하는 것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의 빠른 움직임과 실행력을 배울 필요가 있다”며 “이는 궁극적으로 개방적이고 유연한 스타트업의 문화를 이식해 기업의 생존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CES에는 현존 기업을 대체할 잠재력 있는 스타트업들이 드론(무인항공기), 3차원(3D)프린터, 사물인터넷, 웨어러블 기기, 로봇 등의 분야에서 잇따라 신기술을 선보이며 전시장을 뒤덮었다.

체임버스 회장은 1991년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시스코에 합류해 1995년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다. 이후 연매출 12억달러 수준이던 시스코를 500억달러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리는 초우량 회사로 성장시켰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