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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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금융이 을미년 항해를 시작했다. 저성장·저금리 기조 장기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극복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돌이켜보면 한국 금융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어닥친 ‘패러다임 전환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과거의 행태에 안주하다 보니 금융업 자체의 경쟁력을 강화할 호기를 놓쳤다는 얘기다. 지난해는 개인정보 유출 및 이른바 ‘KB사태’ 등 사건·사고에 매달리다 한 해를 보냈다.

올해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미 변화가 시작됐다. 금융권은 새해 ‘핀테크(금융+기술)’를 통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도 새해 첫 화두로 핀테크 혁명을 제시했다. 금융 안정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금융회사들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데 그 어느 때보다 매진하겠다고 했다.

신 위원장은 “올해 최대 역점 과제는 정보기술(IT)과 금융을 융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라며 “핀테크 혁명을 주도하는 것은 한국 금융의 미래를 위한 당위적 과제”라고 말했다. 이미 은행뿐만 아니라 보험사, 증권사 등 제2금융권 회사들도 핀테크산업에 뛰어들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본격적인 채비에 나섰다. 점포가 필요 없는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검토 작업도 진행 중이다.

핀테크 외에 구조조정과 규제 완화 등도 올해 금융권의 화두가 될 전망이다. 금융연구원은 최근 ‘2015년 금융 7대 트렌드’로 △정보통신기술(ICT)과 금융 융복합 시대 본격화 △기술금융 활성화 △금융규제 완화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기업 구조조정 본격화 △아시아계 금융회사의 국내 점유율 확대 △저성장·고령화 관련 금융 등을 꼽았다.

해외 진출 역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금융권의 과제로 꼽힌다. ‘붕어빵식 진출’로는 희망이 없다는 시각이 많다. 문화와 경제 발전 경로가 한국과 비슷한 아시아 신흥국은 여전히 미개척 시장이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축적한 부실채권 정리 경험과 인프라를 수출하고 부실화한 금융회사를 인수하는 전략도 세워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업권별로 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주요 은행들은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핀테크 육성, 복합점포 활성화 등을 통해 진검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다만 늘어난 가계부채와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충당금 부담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삼성 한화 교보 등 대형 보험사들은 비용 절감과 효율적인 자산운용을 통한 수익성 확보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사들은 올해 수수료 수입 축소에 따른 대출사업 확대에 나설 전망이다. 현대자동차와의 복합할부금융 갈등도 풀어내야 한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