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지난해 팔린 자동차가 1650만대로 2005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기 회복·저유가·저금리 등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제너럴모터스(GM), 피아트크라이슬러, 포드 등 미 자동차업체 ‘빅3’는 수요 확대에 맞춰 설비 투자와 고용을 늘리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7일 ‘자동차의 도시’ 디트로이트를 방문해 미 자동차산업이 제조업의 부활과 경기 회복을 이끌고 있다고 강조하며 제조업 지원 정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美자동차 판매 '서프라이즈'…9년만에 최대
○자동차 업계 신규 고용 7% 증가

미 자동차 조사기관인 오토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국의 신차 판매량은 150만대였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8% 증가했다. 2014년 전체로는 5.9% 늘어난 1650만대를 기록했다. 자동차 구매 컨설팅업체인 트루카(TrueCar)에 따르면 지난해 신차 판매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5260억달러로 전년 대비 8% 증가했다. 존 크라프칙 트루카 사장은 “픽업트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럭셔리카 등 수익성 높은 차량이 더 많이 팔려 자동차업체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차 판매가 늘면서 자동차회사들의 고용도 증가하고 있다. 오토모티브 리서치에 따르면 미 자동차업체의 작년 신규 고용 인원이 4만7700명으로 전년보다 7% 증가했다. 미 자동차회사의 총 고용은 73만3800명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자동차산업 호황은 미 경제의 강한 회복세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GM의 시동 점화장치 결함, 도요타의 에어백 결함 등 상당수 자동차업체가 작년 ‘리콜 대란’ 사태를 겪으면서 소비자 신뢰가 크게 무너졌다. 미국에서 리콜된 차량은 지난해 약 6000만대로 사상 최대였다. 그러나 경기 회복과 주가 상승 등으로 지갑이 두둑해진 소비자의 신차 구매 열기는 식지 않았다. 특히 무이자 할부,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유가 급락세가 신차 수요에 불을 붙였다.

전문가들은 올해 신차 판매량은 1700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에밀리 모리스 포드자동차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저유가와 일자리 증가 등으로 가계 가처분소득이 늘어나고 있다”며 “작년 하반기 추세가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갤런(3.78L)당 2.23달러로 1년 전보다 33% 낮아졌다. 물론 미 중앙은행(Fed)이 올 중순 이후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할부금리 상승 등으로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은 있다.

○현대·기아차 점유율 소폭 하락

지난해 업체별 판매증가율은 인수합병(M&A)으로 이름을 바꾼 피아트크라이슬러(작년 총 209만대)가 16%로 1위를 기록했다. 휘발유 가격 하락에 힘입어 픽업트럭과 SUV 판매가 늘어난 덕분이다. 그 다음은 닛산(138만대) 11%, 도요타(237만대) 6%, GM(293만대) 5% 등의 순이었다. 일본 업체의 두각은 엔저 효과가 컸다는 분석이다. 엔저 영향으로 수익성이 개선된 일본 업체들이 딜러에게 제공하는 판매촉진금 등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총 판매량은 130만5900대로 전년 대비 4% 증가했다. 하지만 미국 시장점유율은 2013년 8.1%에서 7.9%로 소폭 떨어졌다. 현대차(72만5718대, 1% 증가)가 다소 부진했다. 반면 기아차는 지난해 58만234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8.4% 증가율을 보였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